황영기 < 삼성생명투신운용 대표 ykhwang@samsung.co.kr >

''재벌''에 대한 가장 쉬운 정의는 ''돈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도 빌린 돈이 아니라 자기 돈이 많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빌린 돈으로도 재벌 행세를 했었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자기 돈이 많지 않으면 재벌 행세를 못하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자기 돈이 제일 많은 사람은 누구일까.

상식적으로 삼성회장, 현대회장, LG회장, SK회장 등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지금 현재 자기 돈이 가장 많은 순서로는 삼성, 로커스, 주성엔지니어링, 대양이앤씨의 회장 순이다.

현대회장은 6위다.

물론 벤처기업가들의 재산은 주식가격급등으로 인해 순식간에 불어난 것이기 때문에 재벌회장들이 보유하는 재산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신흥재벌들이 계속 탄생할 것이라는데 크게 이의가 없다.

옛날에는 부자라면 땅부자가 최고였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장을 돌리는 사람이 부의 원천을 이어받았고 최근에는 정보통신이나 인터넷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부의 원천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부를 축적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급속히 단축되고 있다.

땅부자가 되기까지는 몇세대가 걸렸다.

공장으로 부를 축적하는데에도 한평생이 걸렸다.

반면 벤처기업가는 불과 몇년만에 ''재벌''이란 소리를 듣게 됐다.

그래서 그들을 우상으로 섬기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성공을 꿈꾸며 밤을 새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경제가''와 ''구경제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재벌''의 정의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