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진국의 성공한 벤처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연방체를 구성하면서
성장해 나가는가.

이런 벤처연방체는 과거 재벌과 같은 문어발식 확장의 또 다른 모습인가,
아니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인가.

재벌의 문어발식 비관련 다각화는 위험을 분산시켜 경기변동에 의한 위험을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자원 중복 등의 문제로 심각한 효율성의 문제를 겪게 된다.

과거 폐쇄된 경제체제 아래에서는 자원 조달의 제약이 없으므로 효율성의
문제가 잠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가 점차 개방화되면서 저효율과 저수익구조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한 변화가 IMF 관리체제를 맞게 된 요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전문 기업은 환경변화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자신이 속한 산업 분야가 몰락할 경우, 기업 그 자체도 생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 분야의 전문 기업이 생존해
나가기는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핵심 기술과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전문 벤처기업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 해답은 변화에 대한 수용력과 자원의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관련
다각화일 것이다.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공급자 시장에서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기업의 주요한 성장 전략이었다.

즉 규모 그 자체가 기업의 핵심 역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격심한 소비자 시장, 개방 경제 하에서는 규모는 더 이상
핵심 역량이 아니다.

1970년대의 오일 쇼크, 1980년대의 산업역학관계의 변화, 1990년대의
지식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겪으면서 전세계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핵심역량을 키우고 있다.

우선 이러한 핵심역량의 강화가 기업에 주는 의미는 활동하고 있는 시장
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핵심역량의 강화는 한 제품에서의 경쟁 우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열쇠가 바로 그것이다.

핵심 역량을 구축하고 이의 레버리지 (leverage) 를 통해 제품, 시장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관련다각화"라 부른다.

과거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는 구분된다.

캐논과 GE는 핵심 기술과 사업 관련성을 기반으로 하여 관련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등은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개발해왔다.

또 소프트뱅크는 인터넷이라는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인수 합병 조인트
벤처 전략적 제휴 등의 방법을 통해 인터넷 관련 다각화를 이루어나가고
있다.

이렇듯 세계 유수기업은 관련 다각화를 통해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년동안 한국 벤처기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성장해 왔다.

기업가 정신과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우리 벤처기업이 초기
성공을 통해서 구축한 독특한 핵심 역량을 더욱 활용하고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겠는가.

더욱이 인터넷이 불러오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전세계 모든 기업에 전략적
다각화를 요구하고 있어 관련 다각화는 한국 벤처기업의 핵심 성공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성공한 벤처기업들도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전문기업인 안철수연구소는 다른 벤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조인트벤처를 통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새롬도 인터넷 통신 관련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새롬소프트 새롬커뮤니케이션
등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다이얼패드를 설립해 관련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한컴은 자사 소프트웨어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인터넷 포털 네띠앙,
인터넷 채팅 하늘사랑, PC방 한소프트네트로 다각화 했다.

다음 미래산업 다우기술 등의 성공 벤처기업들도 이러한 전략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최근 리딩 인터넷 벤처기업이 모여 설립한 코리아인터넷홀딩스는 인터넷
관련 다각화의 전방위부대로서 경쟁력 있는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세계적인 추세와 방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더욱
확대되고 강화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사의 핵심 역량이 무엇이고 어떠한 분야에서 그러한 핵심 역량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명확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해 놓아야 한다.

벤처기업의 관련다각화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동일시하는 시각은
기업의 전략과 인류에게 닥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벤처기업은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신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관련 다각화를 추구,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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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전자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박사
<>벤처기업협회 회장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