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는 새로운 환경에서는 변화를 읽어낼 줄 아는
새로운 인물이 두각을 나타내게 마련이다.

펀드 운용도 마찬가지이다.

굴뚝산업에서 인터넷 등 정보통신으로 산업의 축이 넘어가고 대기업을
대신해 벤처기업이 한국경제를 이끌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펀드매니저
세계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해 상반기 간접투자시장에서 명성을 날리던 펀드매니저들이 뒤로 밀리고
경력이 일천한 뉴 페이스들이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또 설정금액 1천억원 안팎의 단독펀드나 3~4개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가 운용규모가 큰 매니저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펀드평가와 공동으로 9백47개 펀드의 누적수익률(3개월.
6개월.6개월 가중평균)을 분석한 결과 10위 안에 든 펀드매니저는 대부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이었다.

분석대상 펀드는 성장형 주식형수익증권(한국.대한.현대투신은 3백억원
이상, 기타 투신운용은 50억원 이상)과 뮤추얼펀드(50억원 이상)다.

신인급의 부상에 따라 투자신탁(운용)이나 자산운용회사의 대표급
펀드매니저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인급에서도 특히 주목을 끄는 사람은 6개월간 펀드규모를 가중평균한
수익률에서 19.60%를 올려 1위를 차지한 김성권 한화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3팀장.

김 팀장은 펀드매니저 경력이 7개월밖에 안된 "애송이"다.

한화경제연구소(6년)와 한화증권(6년)에서 12년간 기업분석을 한 경력은
있으나 펀드운용은 지난해 7월7일 시작했다.

종합주가지수 1,005.98에서 "하이프로"를 인수해 "펀드운용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수익률로 보여 줬다.

종합주가지수가 6.4%나 하락하는 동안 하이프로는 19.6%나 수익률을 냈다.

시장평균수익률보다 무려 26.0%나 높은 수준이다.

김 팀장은 "지난해 7~8월에는 반도체주식을, 11~12월에는 정보통신주를
과감하게 편입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주로의 패러다임시프트를 정확하게 읽었다는 얘기다.

6개월간 평균누적수익률이 20.31%로 2위를 기록한 선경래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도 투신업계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배다.

3개월 평균누적수익률에서 29.70%로 1위를 차지한 구원회 미래에셋자산운용
과장도 신인 축에 속한다.

선 팀장은 동원증권 주식매니저 출신이다.

실크로드자산배분1호 실크로드2호 미래에셋박현주드림6호를 운용하고 있다.

구 과장은 신영증권에서 애널리스트를 거쳤으며 드림파이오니어펀드를
운용중이다.

3개월 누적수익률에서 25.72%로 3위를 기록한 김유경 교보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우선 그동안 "금녀의 지역"으로 여겨지던 펀드매니저업계에 실력으로 명함
을 내민 여성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경력도 "평범한" 매니저와 다르다.

미국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뒤 귀국해 제조업체에서 근무했다.

1996년7월 교보투신운용의 설립멤버로 참여한 뒤 99년초부터 매니저를
시작했다.

경력 1년의 새내기가 엄청난 수익률을 낸 것이다.

3개월간 누적수익률 23.26%로 4위를 차지한 최재혁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과 20.83%로 9위에 랭크된 박광수 매니저도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매니저다.

최 팀장은 대한투자신탁에서 애널리스트와 투자전략 및 매니저를 10여년
동안 했으며 박 매니저는 연세대에서 경제학박사를 딴 뒤 경제분석 등에
주력하다가 펀드매니저가 된 지는 1년 남짓한 신인이다.

장재하 삼성생명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도 삼성생명에서 주식운용 경험을
쌓았으나 투신업계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대표급 펀드매니저 가운데 10위 안에 든 사람은 천성만 현대투자신탁 수석
펀드매니저와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1본부장, 이영호 교보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 정도다.

천 매니저는 13개 펀드 2조1천5백61억원에 달하는 거대펀드를 운용하면서도
6개월간 단순평균 누적수익률이 20.45%를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주로 밀레니엄칩을 운용함으로써 지난해말 정보통신주가 급등한 덕을 봤다는
행운도 작용했지만 펀드규모에서 타의 추종을 불어한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강신우 현대투신운용 수석매니저(3개월수익률 14위) 이창훈
삼성생명투신운용 주식운용1팀장(15위) 김영일 미래에셋자산운용 2본부장
(23위) 김기환 마이다스자산운용 이사(24위)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40위)
등 대표급 매니저들의 수익률은 그다지 돋보이지 못했다.

펀드매니저 수익률을 분석한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지난 98년말부터
주식시장이 대세상승기로 접어들었고 작년말부터는 정보통신주가 주도주로
부상하는 등 지난 1년여동안 패러다임 시프트가 급격히 일어났다"며 "이런
급격한 변화를 재빠르게 캐치해 앞설 수 있었던 매니저는 과거의 인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신인매니저들이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제는 펀드매니저의 명성보다는 운용실적을 확인해 본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 홍찬선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