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첫해다.

추석과 함께 한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물건을 파는 업체나 물건을
사는 소비자 모두 다소 들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증시 침체로 연초 기대했던 경기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
졌지만 지난해에 비해 소비심리는 한결 살아났다.

각종 경제지표도 IMF 관리체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데다 정부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경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어 설 대목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
이 많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흑자를 달성한 대기업들은 연말 상여금에 이어
설에도 보너스를 계획해 샐러리맨들의 씀씀이가 나아지리라는 분석이 많다.

기업체들은 실적 호조에 따라 IMF 이후 3년만에 사원및 거래처 등에 선물을
보낼 계획이어서 대규모 단체 선물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금년 설 행사 기간의 매출 목표를
지난해에 비해 평균 30-40% 가량 늘려 잡고 있다.

하지만 설날이 주말과 겹쳐 3일간으로 짧아 예년에 비해 귀향객은 다소
줄어 의외로 "설 특수"가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LG백화점이 최근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귀향하겠다는
비율이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관계자들은 소비 회복세로 설선물 꾸러미는 전반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회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설 선물도
고가와 중저가로 양극화되는 경향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태별로 보면 백화점은 고급 선물을 찾는 수요층을 겨냥해 자사만의
특색있는 고품격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반면 할인점들은 중저가 선물 수요및 자가 수요에 대비한 상품을 갖춰 두고
있다.

상품별로는 축산 수산 농산물 모두 작황 부진과 어획량 감소로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상태다.

명절때 마다 최고 인기 상품인 갈비의 경우 추석때 이미 정부 비축분을
소진한데다 도축 두수 감소로 물량 품귀와 함께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설에 인기를 끈 옥도미는 25%, 청과부문의 신고나 부사는 15% 정도
올랐다.

이들 제품외에 최근 종류와 사용처가 다양해진 상품권은 금년 설 기간에
최대 히트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부터 이미 백화점가는 상품권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붐비기 시작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설 선물을 고를때 가격과 연령대별로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예를들어 은사나 부모님께는 사골 꼬리 국거리 등 정육세트 등을 추천했다.

유통채녈의 다변화도 금년 설 선물시장에서 새로운 조류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후 돌아오는 첫 설이어서 급성장
한 인터넷 쇼핑몰들이 설 선물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쇼핑몰이나 홈쇼핑 업체들은 백화점 할인점 등에 앞서 1월 중순부터
설상품 판매전에 들어가 유통마진을 줄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인한 교통량 증가와 사이버쇼핑몰 홈쇼핑 통신판매 등으로
발생할 배송난도 우려되는 부문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등 유통업체들은 통합콜센터를 운영하고 인공위성추적
시스템(TRS)까지 활용하는 등 특별 배송작전에 돌입한 상태다.

유통업체들은 설 선물에 품질보증제를 실시하는등 고객 서비스도 차별화
하고 있다.

설 특수를 이용해 매출을 올리는 동시에 잠재고객을 확보해 갈수록 치열해
지는 경쟁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 최인한 기자 janu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