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에도 봄은 오는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미술시장이 점차 생기를
찾고 있다.

미술품 경매시장과 화랑들이 밀집해있는 종로구 인사동, 강남구 청담동에
미술품을 찾는 컬렉터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여기서 수익을 올린 일반투자자나 벤처기업
창업주들도 새로운 컬렉터로 미술시장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미술시장의 변화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은 미술품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경매시장.

지난 98년 9월 문을 연 이곳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낙찰률이 40%선에
불과했다.

그것도 5백만원 미만의 중저가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요즘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우선 경매시장을 찾는 컬렉터들이 많아지면서 낙찰률이 50%를 넘고 있다.

또 1천만원이상의 고가품들도 전체 낙찰품의 15%이상이나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박수근의 유화 "집골목"이 1억9천8백만원에 팔려 최고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매사 박혜경씨는 "요즘 경매시장에는 고가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IMF충격으로 깊은 늪에 빠졌던 미술시장이 이제 회복국면
에 접어들기 시작한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남구 청담동 화랑가에도 봄기운이 찾아들긴 마찬가지.

이곳에는 신흥갑부로 떠오른 벤처기업주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수천만원
짜리 고가품도 없어서 못팔정도로 매기가 살고 있다.

쥴리아나갤러리의 박미현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만해도 화랑마다 많은 매물들
이 쌓였으나 최근엔 박수근 천경자 장욱진등 대가들의 작품이 나오기 무섭게
팔리고 있다"며 달라진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박영덕 박영덕화랑대표도 "IMF이전 최대고객이던 대기업들은 아직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나 증시활황탓인지 벤처기업 사장을 중심으로
미술품을 사가는 컬렉터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미술시장인 종로구 인사동 역시 점차 활기를 찾고 있다.

대관전을 주로하고 있는 갤러리상의 경우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전시장을
빌리려는 화가가 거의 없어 한산한 편이었으나 지난해 10월이후부터 예약문의
가 많아지고 있다.

이화랑의 큐레이터 이지연씨는 "한달 1~2통에 불과하던 전시장대관문의가
최근들어 1주일에 3~4통으로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 가을전시회
예약까지 이미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인사동에서 미술품중개상(일명 나까마)을 하는 이동호씨는 "미술시장이
불황의 늪으로부터 빠져나오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요즘들어 많은 컬렉터들이 3~4백만원이상의 중고가작품을 별다른 부담없이
사간다"고 밝혔다.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