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노믹스의 3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3기라고는 해도 정책과제는 2기 경제팀과 큰 차이가 없다.

일부 각료의 총선출마라고 하는 경제외적 요인에 의한 개각이기 때문이다.

굳이 전임 경제팀과의 차별성을 부여하자면 탈선했던 기차를 정상운행하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

1기 경제팀은 궤도를 이탈한 기차를 수리했고 2기 경제팀은 수리된 기차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 놓았다.

이제 남은 일은 또다시 탈선하지 않도록 철로와 기차를 잘 정비하는 일이다.

이런 면에서 3기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는 거시경제의 대내외 불안요인에
철저히 대비하는 일이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월가를 진앙지로 한 국제금융시장의 요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상수지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환투기세력을 물리칠 수
있도록 외환거래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배럴당 26달러를 넘어선 유가를 비롯 국제 원자재가격의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체력비축도 요구된다.

대내적으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금리 및 임금상승세를 경계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비용과 노동비용이 상승하면
기업의 수익성은 다시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대한 가장 시급한 처방은 민간 경제주체들의 물가 및 금리상승 기대
심리를 불식시키는 일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홍순영 수석연구원은 "특히 기존의 신축적인 통화신용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사인을 시장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전임 경제팀이 미처 완료하지 못한 구조개혁을 지속하는 것도 새 경제팀의
과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준경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및 금융부문에는
아직도 잠재적 부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부실을 털어내야 외부충격을 이겨낼 수 있다"
는게 그의 주문이다.

구조개혁 과정에서 손상을 입은 시장기능의 복원도 시급한 과제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보유하게 된 은행주식을 하루빨리 매각해 주인있는
금융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은행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 "관치금융"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외에 기왕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 추가적인 공적자금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은행의 민영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나아가 기업 및 금융개혁도 이제는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한다.

기업개혁의 경우 그동안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형태로 진행돼온 기업의 부채
비율 감축은 이제부터 금융기관들의 FLC(신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의한
자율적 감축으로 전환돼야 한다.

기업구조조정기구(CRV) 설립 등 기업의 퇴출관련 제도의 보완도 요구된다.

금융개혁에서는 대형화와 겸업화가 지향할 방향이다.

지름길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경제가 정상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하려면 부문간 불균형의 해소도 중요한
과제다.

경기가 회복됐다고는 해도 업종간에는 큰 격차가 있다.

아직 산업구조의 전환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업종별
경기양극화를 방치하면 국민경제 전반의 자원배분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소득계층간 불균형이다.

분배구조의 악화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통합"을 해치고 이는 지속적인
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그동안의 임시방편적인 시혜성 복지정책보다 일자리 창출
등 보다 근원적 처방을 서둘러야 한다.

"새로운 성장원천 발굴"도 새 경제팀의 장기과제다.

전임 경제팀은 이 과제에 대해 지식기반사회 구축이라는 틀만 잡아 놓은채
구체적인 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방향은 제대로 포착했지만 그에 적응할 수 있는 실천
전략은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DJ노믹스 성패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