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쿠바는 일본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정체와 노(No) 비전이
쓰쿠바 단지에 팽배해있다. 쓰쿠바 개조(Reformation)는 빠를수록 좋다"
(후루카와 쓰쿠바대교수)

이바라키현에 있는 쓰쿠바는 일본의 대표적인 과학단지였다.

일본 정부도 지난 1970년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 단지로 키우겠다는
야심아래 쓰쿠바단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 쓰쿠바의 현주소는 흔히 "절반의 실패"로
얘기된다.

왜 그렇게 됐나.

쓰쿠바는 당초 목표대로 세계적인 싱크탱크 단지는 커녕 일본내 과학기술을
리드하는 역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쓰쿠바연구학원도시"란 이름은 기초기술 분야의 성과로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내 전문가들은 연구학원도시란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 기초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쓰쿠바에는
기술은 많은데 실용화된 게 없다"(세이자와 쓰쿠바연구교류센터장)

대부분의 정부산하 연구소들이 밀집해있어 연구의 치열함도 결여돼있다는
지적도 많다.

"쓰쿠바단지에는 밤을 지새는 연구원이 드물다. 대부분 저녁 6시만 되면
퇴근한다"(생명공학연구소 한 연구원)

"쓰쿠바대학에는 문부성 지원으로 벤처 레버러토리(실험실)가 설립됐는데
교수들이 개인연구실로 전용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후루카와 교수).

쓰쿠바대학 한 교수는 "연구분위기가 뒤떨어져 한때 명성을 날렸던
쓰쿠바대학도 1.5류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으로 쳐져있다"고 말한다.

현재 쓰쿠바단지에는 66개 정부연구기관과 40여개의 민간연구소, 3개의
대학이 들어앉아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적지않다.

"쓰쿠바를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단지로 육성하자는 민간의 요구가
큰데 정부의 반응이 늦다. 대학정책은 문부성이 산업쪽은 통산성이 따로따로
가니까 문제다"(쿠리야마 공업기술원 기획실장)

일본정부도 최근들어 이를 인식한 듯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위해
쓰쿠바단지 개조작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쓰쿠바가 도쿄에서 멀리 떨어져있어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오기
꺼린다"는 지적이 일자 도쿄에서 쓰쿠바까지 60km를 30분만에 관통하는
익스프레스웨이 건설을 추진중이다.

일본정부는 특히 쓰쿠바를 장기적으로 산업생산기지로 바꾸기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3, 4개의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 센터를 쓰쿠바단지안에 건설하려는
안을 마련해놓은 상태이다.

과학기술청 산하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와타나베 수석연구원은 "쓰쿠바단지의
기초과학 연구성격은 그대로 가져가되 산업과 연계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 쓰쿠바=정종태 기자 jtchung@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