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최대 투자은행으로서 치밀한 업무로 정평나 있는 메릴린치가 "사자"
에게 4백50여억원을 사기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메릴린치가 죽은 사람의 이름과 서명을 도용한
사기꾼에게 속아 4천만달러(4백52억원)을 날렸다고 7일 보도했다.

지난 96년 메릴린치는 한 직원의 이름과 서명이 기록된 송금의뢰서를 보고
아무 의심없이 스위스 제네바의 UBS은행계좌에 5-6번에 걸쳐 총 4천만달러를
송금했다.

그러나 그당시 이 직원은 이미 사망한지 3개월이 넘었었다.

한 사기꾼이 이 직원의 이름과 사인을 도용, 계좌를 개설하고 송금의뢰서를
메릴린치 본사에 보냈던 것이다.

메릴린치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돈을 회수하려 했으나 이미 4천만달러는
사라지고 없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자사가 입수한 메릴린치 내부문서에 의해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 돈은 원래 이집트에 있는 아랍국제은행(AIB)의 메릴린치 고객
계좌로 가야했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메릴린치측은 사기사건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메릴린치 대변인은 "감독 소홀과 종업원에 대한 과신이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메릴린치의 또 다른 한 전직 종업원이 이 사건과 관련, 이집트에서
최근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내부 공모자가 낀 사기사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릴린치는 이 직원에 대해 현재 민.형사소송을 제기해둔 상태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