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밀레니엄의 마지막 날.

가는 천년을 보내고 오는 천년을 준비하는 31일 지구촌은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어수선하다.

''대재앙''이 될 수도 있는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 문제로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한편에선 새천년 맞이로 온통 흥분의 도가니가 돼
있다.

국내에서는 Y2K 문제에 최대 1백만명이 비상대기 상태로 밤을 지샌다.

공공기관과 전력 가스 상수도 등 주요분야에서 37만명이 동원됐다.

여기에다 전자 통신 석유화학 철강 항공 해운 등 주요기업에서 40만여명의
요원이 대기한다.

의료진도 10만명가량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에겐 오늘 밤이 생애에 가장 길고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진작부터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미국은 연방준비은행에서 1천억달러의 현금을 방출했다.

안전에 대한 준비가 유달리 강한 선진국의 시민들은 가정에 기름 발전기
까지 갖춰 놓고 있을 정도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불안은 더하다.

한곳에서만 사고가 터지면 전세계의 망이 깨지게 된다.

''지구촌 전체가 같은 문제로 동시에 비상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는 말이 지금의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해 준다.

그렇다고 모두가 긴장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Y2K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 열광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에게 새천년은 기대로만 채워져 있다.

국내에서는 밀레니엄 연휴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동해안과 제주도 등 유명 관광지는 ''밀레니엄 러시''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서울에서 동해안으로 가는 사람만 2백만명에 달할 것이라는게
여행업계의 관측이다.

새천년의 해돋이를 보려는 인파들이다.

현지의 숙박업소는 이미 동이 났다.

숙박료는 평소의 몇곱으로 올라 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가는데 12시간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도로공사의
예측이다.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도 연휴동안에만 1백19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31일에서 새해 첫날로 이어지는 밤은 새천년 축제로 시끌벅적
하게 됐다.

새천년위원회와 문화예술단체, 지방자치단체, 기업등이 여는 다양한
행사들이 시민들을 거리로 끌어낼 것이다.

31일 밤 11시부터 2시간동안 서울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열리는 ''가는
천년, 오는 천년'' 행사가 단연 압권이다.

이 행사에는 20여만명이 참가하며 유명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서울 뿐이 아니다.

전국 유명 관광지에서 밀레니엄 행사가 벌어진다.

재계도 나름대로 다양한 밀레니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구촌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다.

미국은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워싱턴기념관 등지에서 다채로운 밀레니엄
축제를 연다.

독일에서는 브란덴 부르크 광장에서 맥주파티가 벌어지고 파리에선 2000년
0시가 되는 순간 2만여개의 전구가 에펠탑을 밝히게 된다.

지구촌에 불안과 희망을 함께 던져주며 다가오는 새천년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 고기완 기자 dada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