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기업의 퇴직금시장을 놓고 은행신탁과 보험사들이
내년에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은행들은 공신력과 주거래관계를 무기로 보험사의 종업원퇴직적립보험
(종퇴보험) 가입업체들을 집중 공략할 태세여서 보험업계가 수성에 부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일 "은행도 퇴직일시금신탁(퇴직신탁)을 취급할 수
있게돼 종퇴보험의 신규판매가 금지되는 내년 10월을 전후해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지난 4월부터 퇴직연금보험을 만들어 신규업체를
적극 유치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시장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기업이 종업원의 퇴직금을 사내유보할 경우 40%(작년엔 50%)만 손비로
인정돼 웬만한 기업이면 대부분 1백% 손비인정되는 보험사에 퇴직금을 맡기고
(사외예치)있다.

퇴직보험은 가입액은 약 16조원(종퇴보험 14조3천억원)이어서 미가입 업체분
을 합하면 약 20조원 시장으로 추정된다.

기존 종퇴보험은 만기가 되면 피보험자가 종업원인 퇴직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들이 신규업체 발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종퇴보험 가입업체를
끌어가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교보 관계자는 "기업주와 근로자입장에선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이 엇비슷
하지만 은행들이 주거래관계를 이용해 고객(기업체)을 빼갈 가능성이 높다"
고 우려했다.

종퇴보험은 수익률이 연 7.5%선이고 금리연동형과 확정금리형으로 운용되는
퇴직보험은 은행 정기예금금리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다.

퇴직보험의 경우 삼성 교보 대한 등 대형사만 직접 자산을 운용하고 나머지
보험사는 잔액이 미미해 주로 투신사 수익증권에 맡기는 형편이다.

종퇴보험은 대출이나 유가증권 투자로 운용된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수익률로는 퇴직신탁이 유리하겠지만 영업력에선 재벌
그룹 계열사인 보험사들이 앞서 은행이 큰 우위를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따라 보험업계는 그동안 실적배당상품에 소극적이었던 태도를 바꿔
변액보험을 인가받아 은행 신탁상품과 경쟁을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변액보험은 신탁성격이 가미된 상품이다.

보장부문과 투자부문으로 구분된다.

투자부문의 경우 채권, 주식 등 싯가평가가 적용되는 유가증권에 투자,
수익률 제고를 꾀할 수 있으나 투자 원금을 날릴수도 있어 위험부담이 크다.

금감원은 금융기관 업무장벽을 무너뜨린다는 차원에서 변액보험 허용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