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을 얘기하면 정보통신 인터넷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의 벤처기업
만을 떠올린다.

워낙 이들 종목이 오랫동안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에는 테마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 종목만 있는게 아니다.

테마군에 들지는 못하지만 기업내용 면에서는 테마주를 능가하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증권거래소 시장에서 순환매 현상이 나타나듯 코스닥시장에도 매기가 순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때에 대비해 소외된 종목 중 우량기업을 발굴해 둘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지금처럼 하룻동안 상한가에서 하한가로 곤두박질치거나 반대로
하한가에서 상한가로 치솟는 불안정한 장세에서는 유행에 관계없이 체력이
튼튼한 기업, 다시 말해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묻지마식 투자보다는 각종 투자지표를 꼼꼼히 따지는 보수적 투자가 리스크
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지금은 실적장세를 기대해볼 수 있는 연말이다.

실적장세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돋보이게 마련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시장주도주가 성장성이 높은 기업보다는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익구조와 매출구조 등 기업의 기초체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락 국면에서도 실적이 좋은 기업의 주가는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방경직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 미인투표도 체력을 우선하지 못한다 = 주가는 "미인투표"라는 말이 있다.

주가가 유행을 탄다는 얘기다.

올들어 코스닥시장은 인터넷주 반도체주 저PER주 정보통신.인터넷주 등
다양한 테마군을 만들어냈다.

나머지 주식들은 테마주의 열풍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당해 왔다.

실적이 뛰어나더라도 일반제조업 주식과 제약주 등은 코스닥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벤처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주가는 정직하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이는 주가가 변덕스럽게 하루 하루 등락하지만 결국에는 기업가치를 찾아
간다는 말이다.

오를 때 덜 오르는 종목도 기업가치가 부각되는 장세가 오면 언젠가는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다 준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특히 현재 실적보다는 검증하기 어려운 성장성만 따지는 증시환경에서 실적
우량주가 부각될 가능성은 항상 잠재돼 있다.

성장성은 다분히 주관적인 기준이어서 변덕스러운 시장참여자들이 언제
투자기준을 바꿀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장성엔 늘 "거품" 우려가 따라다닌다.

거품이 꺼질 경우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경험하곤 한다.

조정기엔 투자자들의 시각도 기업의 내재가치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투자의 근거가 현재 재무구조가 어떻고 향후 얼마만큼의 순이익을 내느냐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 기업의 체력은 안전판이다 = 유행은 산불처럼 무섭게 번진다.

그래서 유행을 타는 종목은 주가상승 모습도 가히 폭발적이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순간 올라간 속도만큼이나
가파르게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기업의 "체력", 즉 펀더멘털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체력"이 좋은 기업은 쉽게 유행을 타지 않는다.

강세장에서도 조금씩 오르지만 약세장에서도 쉽게 급락하지 않는다.

유행 종목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리스크가 적어 장기투자자나 주식관련
지식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에겐 이런 종목들이 안전한 편이다.

<> 연말이 실적우량주 매수 기회다 =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3월이면 실적이
발표된다.

증권사들은 이에 앞서 12월초부터 기업의 추정 예상실적을 잇따라 내놓는다.

그래서 12월 한달동안은 증권사 매수추천 종목의 대부분이 실적호전주에
맞춰지는 경우가 흔하다.

김관수 신흥증권 코스닥팀장은 "그동안 유행을 타는 업종이 아닌 기업중
상당수가 12월부터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3월
까지는 기업의 옥석이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소외업종중 실적개선이
두드러지는 종목을 선택해 보유하는 것도 투자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투자 지표 = 실적장세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지표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PER(주가수익비율)와 FV/EBITDA 등이다.

PER는 국제적으로 주가 수준을 비교하는데 유용한 지표이며 순이익을
이용해 계산한다.

현재의 코스닥시장이 기업의 미래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계도 있다.

하지만 실적장세에서는 이런 한계가 어느 정도 극복될 것이라고 증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FV/EBITDA도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데 적합한 지표다.

FV/EBITDA는 기업가치(FV=싯가총액+순부채)를 감가상각과 이자 및 세금을
내기 전의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이다.

< 김태철 기자 synerg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