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패턴이 변하고 있다.

앞서 달리던 정보통신주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대신 건설 제약 등 장기간 소외됐던 종목들이 꿈틀거린다.

정보통신이라는 간판이 없으면 주식취급도 못받던 지난달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종합주가지수도 1,000선 등정에 실패한 뒤 자꾸 밀리기만 한다.

"정보통신=상승"이라는 등식에도 완전한 신뢰를 부여하기 힘들다.

제약이나 건설은 빠른 순환매 양상속에 "하루살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마음을 바치기가 께름칙하다.

주도주를 상실한 증시에 대해 전망하기는 쉽지않은 일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상황에 대해 "정보통신주 숨고르기, 개별실적주
상승기"라고 정리한다.

정보통신주는 여전히 파워가 있지만 속도를 줄였고, 대신 실적이 호전되거나
내재가치가 뛰어난 종목들이 앞으로 치고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미인주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

하지만 "바로 이 종목이다"할 정도로 눈에 확들어오는 제2의 주도주가 나올
것같지는 않다.

"선도주가 무너지면 다른 종목으로 바통이 이어지는데 상당한 진통이
따른다"(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따라서 12월장에서는 "올라야 하는데 오르지 못한" 종목을 고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 어떤 종목이 유망한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종목은 업종의 "대표선수"
들이다.

이들 종목은 대개 실적과 내재가치가 우수하다.

여기에다 재료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포항제철, 한라공조, SK상사, 삼성증권 등의 종목은 애널리스트들이 0순위로
추천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주라는 대형 테마에 밀려 대세 상승기에서 큰 시세를 내지
못했다.

현대증권 조윤정 선임연구원은 제약업체를 예를 들어 이렇게 설명했다.

"제약주에는 의약분업이 큰 악재로 작용했으나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업황
전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의약분업은 전문의약품에 국한돼 실제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은 반면 일반 상점에서 드링크류 등이 판매되면서 업체의 매출증가가
예상된다는 것.

여기다 한미약품 동아제약 LG화학 등 일부 업체는 신기술개발로 "바이오칩"
으로 부상중인데 이런 상황이 주가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보통신이라는 대형테마가 주춤하고 있어 업종대표주들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라야 하는데도 오르지 못한 종목들이 정보통신이라는 장애물를 넘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이 대폭 향상된 자동차부품이나, 실적이 대폭
개선된 증권주, 수출가격인 상으로 순익이 급증하고 있는 철강주 등은 업종
환경과 비교할 때 상승탄력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져 있다는 것.

또 결산기를 앞두고 실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다 배당비율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어서 개별 우수종목들이 상승할 여건은 무르익었다고
지적한다.

대우증권 이 연구위원은 "새로 부상하는 미인주는 실적이 우수하고 높은
배당을 하는 종목이 될 것"이라며 "여기다 성장성까지 갖췄다면 시세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정보통신주는 어떻게 되나 =상승추세가 살아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난달처럼 무조건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우선 그동안 급등한데 따른 부담이 크다.

거의 조정을 받지않고 상승한 탓에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 상당한 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보통신주라는 테마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도 높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회구조자체가 변화하는
마당에 정보통신주는 싫던 좋던 앞장서게 돼 있다"(대우증권 전병서 부장)
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옥석을 가리는 작업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성이라는 재료는 추상적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분위기에 편승해 상승할 수 있는 한계에 왔기 때문에 막연하게
정보통신이라는 간판만으로 주가가 오를 수 없다는 뜻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