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에는 일정한 트렌드가 있다.

그리고 그 트렌드가 곧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한 "세계화" 조류도 따지고 보면 선진국,
그중에도 미국의 국가전략이 낳은 산물이었다.

대량생산-대량소비라는 포디즘(Fordism)적 축적체제가 미국 내수시장의
한계에 봉착하자 그 돌파구로 세계화 전략을 추구한 것이다.

그 흐름에 일찍 합류한 나라들은 세계화 경쟁을 주도했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뒤늦게 쫓기듯 세계화를 추진해야 했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19세기 후반 이후 세계 산업계에는 두차례의 큰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

1870년대에는 동력장치의 발전과 산업화가 진행됐다.

1930년대에는 대량생산체제가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국력의 판도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이다.

1870년대의 전환을 계기로 해서는 영국이 뒤처지고 독일 등 신흥공업국이
떠올랐다.

1930년대에는 경제패권이 다시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

따라서 국가전략을 짜는데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의 국가전략 트렌드를
살펴야 한다.

그중에도 특히 선진국의 트렌드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21세기의 문턱에서 선진국의 국가전략은 어떤 트렌드를 보이고
있을까.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겠지만 그중에도 뚜렷한 것은 "미시적 경쟁력"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거시적 기반은 마련됐다. 이제부터의 과제는 미시적 혁신이다"

영국 상무부는 작년 12월 국가전략백서(Our Competitive Future)를
내놓으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재정건전화, 국제수지 균형화 등 거시경제적 여건은 어느정도 조성됐으니
이제부터는 기술개발 등 "기업활동과 직접관련된" 미시적 차원의 혁신여건
조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같은 "거시에서 미시로"의 초점 이동은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수십년간 발목을 잡아온 재정적자 부담에서 벗어난 것을 계기로
전자상거래분야 활성화, 벤처기업 육성, 규제완화 등 미시분야의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도 지난 7월8일 발표한 "경제사회의 바람직한 모습과 경제신생의 정책
방침"에서 무게 중심을 미시적 개혁에 배치했다.

가계와 기업행동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미국이 특히 "전략적 차원"에서 역점을 두는 정책은 전자상거래 활성화다.

자국 기업들이 절대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사이버공간을 무대로 삼아 21세기
에도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무엇보다도 "전자상거래 무관세화"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같은 구상을 이미 97년7월 "세계 전자상거래 기본계획"을 발표
하면서 공식화했다.

작년 11월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전자상거래에 대한 행정명령"도 발표했다.

첨단통신시설의 적용 장려, 소비자 신뢰도 제고,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의
경제적 영향 분석, 중소기업의 전자상거래 사용상 장애물 제거를 위한 전략
개발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일본의 "경제사회의 바람직한 모습과 경제신생의 정책방침"에서 한국이
특히 참고할 내용은 "밀레니엄 프로젝트"다.

정보통신, 생명공학, 환경산업 등 3개 분야를 21세기 국운을 좌우할 주력
산업으로 선정,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예를들어 정보통신 분야는 2002년까지 4만개의 초.중.고교에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2003년까지 전자정부를 실현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생명공학 분야는 2001년까지 유전자정보 해석 업무를 수행할 "바이오
인포매틱스 센터" 설립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는 2010년까지 폐기물 재활용 비율을 90-95%까지 높이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영국의 국가전략백서에서는 <>기업역량의 강화 <>기업간.기업내 협력체제
구축 <>경쟁적 시장 구축 등 3대 정책과제가 눈길을 붙잡는다.

기업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에게 전문경영인 활용과 혁신적 경영구조
를 주문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기반과 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구축 등은 정부의 역할로 규정했다.

기업간 협력체제는 네트워킹 및 합작연구의 활성화 등을 통해 "지식의 거래
비용"을 절감한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경쟁적 시장 구축의 핵심은 지적재산권의 "적절한" 보호에 두고 있다.

지재권은 혁신활동을 유발하는 동기도 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생산자의
독점권을 강화하는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