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황지우(1952~)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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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깔린 저녁 놀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저물면서 바다는 더 빛난다.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의 눈동자가 문득 생시보다도 더 빛을 발하는 것처럼.

물새가 외다리로 서서 아무 생각없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와 그것을 뜻없이 바라보는 물새 한 마리.

이미지가 지나치게 선명해서 오히려 작위적이다.

만약 그 물새가 바라보는 것에 뜻을 두었더라면 이 시는 이만큼 산 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