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40분 남짓
달리다보면 세리토스라는 지역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LA에서도 가장 큰 자동차 몰(Mall)이 형성돼 있는 곳.

국내업체로는 현대와 대우가 여기에 대형 딜러와 직영점을 두고 있다.

이 곳을 찾은 것은 지난 18일.

현대가 미국시장 현지판매 누계 2백만대를 달성한 시점이었다.

"현대 딜러를 시작한게 지난 89년이지요. 그동안 한번도 재미본 적이
없었습니다"

"라마르 현대"를 경영하고 있는 스티븐 골드만 사장은 넋두리부터 늘어놨다.

89년이면 현대가 엑셀 한 차종만으로 미국내 26만대 이상을 팔던 시절.

현대 딜러를 하겠다고 다투던 때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현대차에 대한 반응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90년 판매대수가 13만7천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뒤 10년 가까이는 판매가 10만대 수준에도 못미치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이유는 하나, 품질이었다.

밀어내기에만 급급했지 품질과 애프터서비스가 따라주질 못했다.

고객들의 클레임은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올들어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연초부터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요. 차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면
믿겠습니까"

딜러숍을 안내하던 골드만 사장이 출고장을 가리키면서 재고가 없어 골치가
아프다고 고개를 흔든다.

즐거운 비명이다.

"품질 향상 덕분입니다. 클레임 자체가 크게 줄었어요"

HMA 서부지역 판매를 총괄하는 바이언 오웬스 매니저의 분석이다.

그는 사례로 미국의 소비자만족도조사 전문기관인 J D 파워사의 조사결과를
들었다.

업계에서 늘 꼴찌를 차지하던 현대의 품질이 업계 평균 수준까지 올라섰다.

품질에 자신이 생기자 HMA는 보증수리기간을 3년.3만6천마일에서 5년.6만
마일로 대폭 늘렸다.

엔진 트랜스미션 등 파워트레인에 대한 보증은 10년.10만마일까지 확대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고객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조건이다.

그런데도 클레임 비용은 줄었다.

오히려 딜러와 고객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당 1천달러 가까이 줄여 이익은
늘어나고 있다.

HMA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재국 이사는 "이미 상반기에 1천만달러 가량의
흑자를 냈다"며 "올해 흑자전환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새로 개발한 싼타페가 들어오면 SUV(지프형자동차)가 없는 현대의
약점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봅니다"

골드만 사장은 판매를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장담도 서슴지 않는다.

현대의 올해 미국시장 판매목표는 작년보다 1백% 가까이 늘어나는 18만대.

골드만 사장의 장담대로라면 현대는 내년 미국시장 진출 이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게 된다.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 로스앤젤레스=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