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엄연한 직업이지 결코 자선 사업이 아니다.

미국 교사들이 요즘 임금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는 얘기다.

교사들의 이런 주장은 최근 미국 학생들의 실력이 갈수록 뒤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에 맞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주요국 학생들의 수학 및 과학 실력 콘테스트에서 미국의
8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세계 20위권에 훨씬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한심한 결과가 발표됐다.

뉴욕 지역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 중 3분의2 이상이 독해력 측정 결과
낙제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결과가 잇따르면서 교사들이 비판의 표적에 오른 건 당연하다.

하지만 교사들이 받고 있는 급여 등 처우를 보면 일방적으로 이들만 나무랄
수도 없다.

일례로 사립에 비해 급여 수준이 높다는 공립학교의 경우도 교사들 초봉이
연평균 2만5천7백여달러에 불과하다.

교사들 전체의 미 평균 연봉은 작년 기준으로 3만9천3백47달러다.

변호사(7만1천5백30달러) 엔지니어(6만4천4백89달러) 시스템 분석가(6만3천
72달러) 회계사(4만5천9백19달러) 등 다른 전문직들에 비해 그야말로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박봉의 직업을 좋아할 리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더욱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지역간 교육 기회의
불균등이다.

같은 교사직이라 해도 학군에 따라 급여가 천차만별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뉴욕 일원의 경우 중산층 이상의 부유 계층이 몰려 살고 있는
스카스데일시는 석사 학위를 가진 경력 5년짜리 교사에게 연봉 6만달러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재정 기반이 취약한 뉴욕시는 같은 조건의 교사에게
3만8천6백달러만을 주고 있다.

그나마 교사들 가운데 우수 인력들이 부촌 지역으로 쏠릴 것은 당연하다.

빈곤층 지역의 학생들에게 빈부격차보다 더 서러운 교육기회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미국 교육계에서 다양하게 일고 있는 교사 처우 논쟁을 지켜보는
한국 관계자들의 심경은 어떨지 궁금하다.

나라의 백년대계를 걸머진 교사들을 걸핏하면 촌지의 어둠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