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학회에 참석한 뒤 미국에서 귀국하는 길이었다.

공항 환전창구를 지나는데 은행직원과 한 남자와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렸다.

원인은 남자가 쓰다 남겨온 미국 동전을 우리 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자
은행직원이 안된다고 하는데서 시작된 듯 싶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살기에 이 비싼 외화를 기념품으로 만들게 하느냐"
는 남자의 주장과, "이 미국 동전을 되팔기 위해서는 은행이 적지 않은
손실을 보게 된다"며 규정을 내세우는 은행직원의 대꾸였다.

웬지 전에 어디선가 들은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남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설사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여행객들이
쓰다 남겨 오는 푼돈들은 소중한 외화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올 6월 한달동안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내국인 수는 27만명이 넘는다.

1인당 10센트(약 1백20원)씩만 따져도 1년이면 4억원에 가까운 큰 돈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할 시기에 귀중한 외화가 개인의 서랍속에 사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관계 당국은 이를 위해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노백남 < 충남대대학원 고분자공학과 석사과정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