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차관급 회담 2일차 회의에서도 이산가족 문제의 진전은 없었다.

우리측은 이산가족의 서신왕래,생사확인,상봉단의 규모등 보다 진전된
방안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측은 2일차 회의에서도 재차 서해교전사태를 거론하며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남측의 "용단"을 요구했다.

남축 대표단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실질적 진전없이는 비료지원 없다"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의 결정을 북측에 분명히 전달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이것이 결국 "상호주의" 아니냐"고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를 놓고 설전을 벌이지는 않았다.

남측은 특히 북한 대표단의 회담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일 당일에 가서야 대표단 명단을 전달하고, 두차례나 회담 일시를
연기한 북측의 "무례"를 지적했다.

남측 대표단은 이어 금강산 관광객 억류사건을 거론하며 이런 일이 재발돼선
안된다는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북한측의 현재 태도로 미뤄 볼 때 회담이 조기에 타결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회담의 결렬을 점치는 것도 성급하다.

일단 북측은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회담의 결렬을 의도하고 있지는 않다는게 대표단의 분석이다.

겉으론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지만, 회담의 내용에선 긍정적인 요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측면으론 이산가족 문제가 실제로 협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두차례에 걸친 회담에서 남과 북은 "이산가족"과 "서해교전"을 놓고 서로의
입장만을 전달했을 뿐이다.

회담 자체도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다.

우리측 대표단의 베이징 체류일정은 당초 4박5일이었다.

그만큼 합의를 낙관했다.

그러나 실제 회담이 열리자 이같은 분위기는 "서해교전"에 묻혀버렸다.

첫날 회담이 두차례나 연기된 끝에 열리고,2일차 회의에 이어 2차 회담은
내달 1일에나 열린다.

이번 회담이 지지부진하긴 해도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우선 회담장에서 논쟁을 피하려는 북한측의 태도를 들 수 있다.

서해교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지만 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선언적 수준에서 서해교전을 언급하는 북한측의 회담자세가 그렇다.

북한측은 서해교전사태에 상당히 당황했으며, 특히 군부를 다독거리는데
부심하고 있다는게 북한에 정통한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장에 들어가기 직전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며
"보따리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 실제 보따리를 풀지는 않았다.

북한이 서해교전의 감정을 삭히고,이를 차관급 회담과 분리해 대응하기
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시사다.

내부적인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회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북한 대표단이 베이징 예비접촉의 합의사항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표명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는 결국 북한이 비료 2차지원분에 대해 여전히 관심이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측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2일차 회담은 첫날 회의에 비해 "반발짝"의
진전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반발짝의 진전이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큰 걸음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
상태에서 멈추고말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우리 대표단은 낙관론을 펴지만, 회담성패의 분수령은 내달 1일 개시되는
2차 차관급회담이 될 전망이다.

< 베이징=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