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인 < 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 >

날씨가 더워져 견공이 수난을 당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이제 외국 눈치 그만 보고 개고기를 합법적으로 먹자는 법률이 상정될
것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문제삼는 것은 애완견이지 식용개는 따로 있다는 주장이다.

몇년전 대한수의학회는 개의 분류에서 애완견 수렵견 사역견 등에 듣지도
못하던 "구견"이라는 종류를 추가했다.

식용견이라는 것이다.

외국의 눈치를 볼 것은 없지만 해외토픽감이다.

식용개의 정당성으로 국민위생의 문제도 들고 있고 개도 소 돼지 닭과 전혀
다름 없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라는 논리로 대외적으로 "식탁주권"의 회복도
주장하기도 한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라는 예찬까지 있기도 하나
아무래도 국내외의 이해를 구하는 데에는 부족하다.

영국에서 발간된 "개 백과사전"은 4백여종의 개중에서 우리의 진돗개도
소개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이고 한없는 충성심과 탁월한 사냥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근래
에는 한국사람들이 이민을 가면서 데려가 북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실상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다른 개의 설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기 사항은 이 개가
최근까지도 잡아 먹히며 진돗개의 많은 조상들이 이러한 운명이었음도 소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상과 관련, 국내 애견가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대개 개를 먹다가는 미개발국으로 취급받는다느니
2002년 월드컵에 많은 팀들이 불참할 것이라느니 하며 계속 외국인들의
관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개를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을 우리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그렇다면 개에 식용견이 따로 있을 수 있을까?식용 진돗개와 집 지키는
진돗개가 따로 있을까?

우리가 먹는 진돗개는 식용 진돗개라고 하면 개를 먹지 않는 외국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다.

진돗개는 모두 같고 모든 개는 먹기에는 너무 지능이 높다.

지능이 어린아이 정도는 된다고 한다.

얼마전 한국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이 "맹인안내 소, 인명구조 닭, 지체
부자유자 보조 돼지가 있는가?"라며 시위를 벌인 일이 있었다.

술 취한 주인을 불에서부터 구했다는 충견이야기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고
얼마전에는 죽은 주인의 묘를 일년동안이나 계속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묘
하는 개가 일본에서 보도된 적도 있다.

사람이 신을 섬기는 것처럼 개는 사람을 섬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개는 없다.

좋은 혈통을 가졌건 "똥개"이건 모두 같다.

잡아먹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개도 영문도 모른채 사람에게 꼬리를 치며
충성한다.

고기가 없고 영양보충의 유일한 방법이어서 기르던 개도 잡아먹어야 했던
옛날이 아닌 이상 주인이 자기를 잡아먹는 것을 아이처럼 알 수 있는 개는
먹지 말아야 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서서히 정립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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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