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의 포지션과 역할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른바 "빅4" 체제다.

25일 임명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 진념
기획예산처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그 멤버다.

강 장관도 25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경제정책
조정회의는 이들 4명이 상시멤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임무는 "구조개혁 완료"와 "신성장 기반 구축".

최전방은 강 장관의 몫이다.

양쪽 날개는 진 장관과 이 위원장이 맡았다.

이 수석은 이들 3인방을 2선에서 지원하는 역할이다.

최후방은 물론 김대중 대통령이 받쳐주고 있다.

이같은 포지션과 배역에는 각각의 칼라와 경력이 반영돼 있다.

강 수석은 널리 알려진대로 구 경제기획원, 그것도 기획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통"이다.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내는게 그의 전공분야다.

김 대통령도 이번에 임명장을 건네며 "21세기의 방향설정"이라는 특명을
내렸다.

따지고 보면 구조개혁 완료도 이 특명을 수행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뿐이다.

강 장관이 전방을 맡은 이유는 또 있다.

이미 정평이 나있는 순발력과 추진력이다.

90년 4.4 경기부양책은 불과 10여일만에 만들어냈다.

대외경제조정실장때는 난생 처음 대외업무를 맡았음에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의 이런 능력은 앞으로 경제팀을 이끌어가는데 큰 무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진 장관의 역할은 공공부문 및 재정개혁이다.

그 역시 기획통이지만 성향은 강 장관과 다소 차이가 있다.

강 장관의 장점이 추진력이라면 진 장관은 친화력이 무기다.

EPB(구 경제기획원)맨이면서도 재무부차관으로 부임하자마자 조직에 적응
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여기에다 강한 설득력도 갖추고 있다.

또 부도가 난 기아그룹의 재산보전 관리인으로 선임돼 부실기업 처리
경험도 쌓았다.

때문에 반발과 저항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공공부문 개혁에는 더없이 적임자
라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기업.금융구조조정의 진두 지휘관이다.

다양한 경력이 그의 강점이다.

재무부시절엔 임창열 전 부총리 등과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엘리트 관료였다.

8.3 사채동결조치, 부실기업정리방안 등이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70년대말 율산파동으로 관계를 떠난 후로는 대우그룹과 한국신용평가
등에서 현장경험을 쌓았다.

한마디로 관계, 재계, 금융계의 속사정을 두루 꿰고 있는 셈이다.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개혁의 지휘봉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력이다.

이 수석 또한 위 3인방을 지원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최전방의 강 장관과 서울상대 동창으로 호흡이 잘 맞는다.

기획원에서 이 수석은 강 장관을 상관으로 모신적이 많다.

경력상으로도 기획국장, 국무총리 행조실장 등 강 장관과 비슷한 경험을
쌓았다.

"빅4"의 이런 면면에서 새 경제팀은 과거 어느 팀보다도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게 과천 관가의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강 장관이 지나치게 직설적인 성격인데다 진 장관이
선배라는 점, 이 위원장이 관료로서의 성장배경이 다르다는 점, 이 수석과
강 장관간의 라이벌 관계 등이 취약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강봉균 재경장관 : 전북 군산 43년생, 서울 상대, 행시 6회,
총리실 행조실장, 노동부 차관, 정통부 장관, 기획력 탁월, 재벌개혁 등
구조조정 통한 경제 재도약

<> 진념 기획예산처장관 : 전북 부안 40년생, 서울 상대, 고시 14회,
기획원 차관, 노동부 장관, 조직장악력 탁월, 민영화 지방화 등 시스템개혁
통한 경제활력

<>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 서울 44년생, 서울 법대, 행시 6회,
재무부 재정금융 심의관, 한국신용평가 사장, 강한 추진력, 금융부문 통한
구조조정 뒷받침

<> 이기호 경제수석 : 전남 목포 45년생, 서울대 경제과, 행시 7회,
기획원 경제기획국장, 보건복지부 차관, 노동부장관, 소신 관철형,
경제효율과 복지사회발전 균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