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에 그려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고화는 레이저를 이용해
간단히 복원시킬 수 있다.

마이크로 머신에 들어가는 초미세 부품도 레이저로 가공한다.

인명을 앗아가는 낙뢰도 레이저를 이용하면 쉽게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미래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을 레이저를 통해 일으킬 수도 있다.

심지어는 인공위성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우주 쓰레기 문제까지
레이저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레이저는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까지 널리 활용되는 "꿈의 광원"이다.

한마디로 인류생활의 해결사인 셈이다.

이미 레이저는 우리 일상에까지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콤팩트 디스크(CD)나 휴대전화의 핵심부품 가공, 자동차의 용접및 실린더의
내벽처리 등이 레이저가 활용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갈수록 레이저의 활용범위는 넓어질 전망.

선진국들은 이 때문에 미래의 빛인 레이저 활용 기술을 개발하는데 앞다퉈
나서고 있다.

<> 명화 복원에 쓰이는 레이저 =태양에서 나오는 백색광은 파장이 여러개인
복수 광선이다.

이에반해 레이저는 파장이 하나이다.

이 때문에 렌즈등으로 빛을 모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발한다.

좁은 공간에 최대 10마이크론까지 빛을 모을 수 있다.

레이저를 이용한 미세가공기술의 대표적인 것이 레이저 어블레이션
(ablation)이다.

레이저 어블레이션은 물질의 표면에 레이저를 조사해 극히 얇은 부분만
벗겨내는 기술이다.

다시말해 레이저를 이용한 정밀제어 기법을 통해 표면위에 묻은 오물질만
날려버리는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17세기에 그려진 그림도 선명하게 복원해낼 수 있다.

중세에 그려진 그림은 대부분 표면이 새까맣게 변색돼 있어 당초 그림의
색조를 전혀 분간할 수 없다.

이것은 그림보호를 위해 칠한 왁스에 대기중의 미세한 먼지와 세균, 기타
유기화합물 등이 오랜 세월에 걸쳐 화학적 반응으로 달라붙어 있기 때문.

손으로 제거할 경우 그림 자체에 손상이 가기 쉽다.

그러나 레이저를 이용하면 겉의 오물만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인류 공통된 유산을 복원시켜 후세에 계승시키는데 레이저가 톡톡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파리 노틀담 사원의 외벽에 그려진 그림은 레이저로 말끔히 복구
됐다.

<> 낙뢰를 안전하게 유도하는 레이저 =레이저는 극히 짧은 시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레이저가 발진할때는 대기의 분자를 구성하는 전자와 원자핵이
활성화되는 "플라즈마" 상태를 형성한다.

플라즈마는 곧 전기가 통하기 쉬운 상태이다.

레이저의 이같은 성질은 낙뢰를 유도하는데 쓰인다.

낙뢰가 진행하기 쉬운 길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낙뢰를 안전한 장소로
유도해 무력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낙뢰의 엄청난 에너지를 저장해 전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 한차원 높은 꿈의 에너지 "원자레이저" =원자레이저란 기존 레이저와는
달리 빛을 쏘는게 아니라 고도로 통제된 미립자 물질을 쏘아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지난 97년 1월 원자레이저를 처음 개발해 냈다.

원자레이저는 레이저에 비해 파장이 훨씬 적어 컴퓨터 칩을 소형화하고
항해장비와 기계공구를 더욱 단순화시키는 기술 효과가 있다.

따라서 원자레이저는 미세 가공기술 분야에 적용할 경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MIT가 개발한 이 기술은 당시 "피지컬 리뷰 레터"와 "사이언스" 등에
실려 세계 레이저학계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 레이저가 이용될 수 있는 기타분야 =레이저가 가장 널리 쓰이는 분야는
역시 계측과 가공이다.

과일의 크기과 색깔을 레이저로 계측해 선별하는 것뿐 아니라 당도까지
측정해내는 것도 가능하다.

제품의 정밀측정이나 건축 토목공사의 측량에도 이용된다.

적외선을 이용한 레이저레이더는 대기중의 오염물질을 분석해 그 분포를
감시할 수 있다.

또 다리의 붕괴나 화산 폭발 등을 레이저로 감지해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폴로 계획에 따라 달 표면에 설치된 반사경과 지구와의 거리를 지상에서
레이저레이더로 측정하면 40만km나 되는 거리를 약 1cm 정도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달과 지구의 운동에 대한 상세한 연구가 가능하다.

레이저를 미세한 핀셋과 같이 사용해 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하거나 DNA를
움직이는 등 생체세포 조작에도 사용할 수 있다.

차세대 에너지 개발에도 레이저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레이저는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아 레이저 빔을 이용하면 순간적으로
고온을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핵융합에까지 이용 가능하다.

실제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만들기 위한 레이저 핵융합연구계획이 선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주에 거대한 반사경을 만들어 태양을 이용해 레이저를 발진시킨 후 인공
위성 등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우주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하는 레이저
위성도 개발되고 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레이저는... ]

레이저(LASER)란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약자로 전자파의 유도방출에 의한 광증폭을 말한다.

태양빛이나 전등빛은 여러 파장이 혼합된 것이지만 레이저는 단파장으로
직진성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강력하다.

빛이 겹쳐서 증폭돼 발생하는 파장이 일정하고 강력하며 연속적이고
규칙적인 경우 이 빛의 파장을 레이저라고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