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는 9일 청와대에서 단독회동에 이어 국민회의
김영배 총재권한대행, 자민련 박태준 총재와 조찬회동을 갖고 내각제개헌
논의를 오는 8월까지 전면 중단키로 합의했다고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통령은 4인 조찬회동에서 "내각제 문제는 양당이 자제해야 되며 이것을
말할때 말해야지 미리 거론하면 양당의 공조를 저해한다"며 공조체제를 강화
하여 정치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에 대해 "양당의 (내각제 관련)합의사항은 살아있다"고 전제한
뒤 "내주초 자민련 소속의원들을 소집해 내각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
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또 김 대행의 합당 발언과 관련, "이 자리에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합당이 아닌 양당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
대행은 이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양당은 젊은세대를 과감히 영입해야 한다"며
"이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노.장.청의 조화를 이뤄 노.장.청 모두의 승리를
이룰수 있기때문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가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를 중단하고 정치개혁에 주력
키로 함으로써 정국은 "정치개혁 협상정국"으로 돌입하게 됐다.

물론 이날 "DJP"간 합의내용은 한나라당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파동"으로 야기된 여권의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정공법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내각제 문제는 어차피 쉽게 결론내릴 사안이 아닌만큼 당분간 논의를 중단
하고 정치개혁 협상에 착수함으로써 여여공조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현실론적
인 처방을 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양당 내부에서 분출됐던 "합당론"과 "내각제 조기추진론"은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대신 양당은 정치개혁을 위한 여여 단일안을 이달 중으로 마련한 후
한나라당과의 협상도 8월이내에 마무리짓는 등 정치개혁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가 내각제 논의 중단을 8월말이라는 시한을 정한 점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8월말은 자민련이 요구한 연내 내각제개헌의 "물리적 시한"이다.

9월부터는 정기국회에 몰두해야 하고 내년 4월로 예정된 16대 총선 분위기도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시점이다.

따라서 8월말까지는 정치개혁 입법을 완료하고 양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체제를 매듭지어 총선준비체제에 돌입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내각제 문제는 공천권 배분 등 총선과 관련된 여여간 협상 조건과
함께 논의될 소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치개혁 협상이 여권 수뇌부 의도대로 기한내에 마무리 될 지는
미지수다.

최대쟁점인 선거제 개혁 문제만해도 각 당의 입장이 현격히 다른 상황이다.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을 정한 국민회의는 협상
과정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민련은 중.대선거구제라면 정당명부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정당명부제 도입을 "유정회의 부활"이라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여여 협상은 그런대로 풀릴 수 있지만 여야 협상은 한나라당이 정치개혁
협상에 소극적이어서 어려운 난관임에 틀림없다.

국회차원에서 여야 단일안 마련이 무산될 경우 김 대통령은 국민여론을
등에 엎고 정부의 정치개혁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여야 관계는 다시 대치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