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제머리는 못 깍는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근처에 있는 임대용 빌딩 4개 동이 법원경매에
잡혀 이곳에 들어있는 80여명의 변호사들이 전세 보증금을 통째로 날릴
처지가 됐다.

법과 계약의 귀재들인 변호사들마저 전세 보증금을 떼이게 된 빌딩은
해주정씨 종친회 소유 정곡빌딩 4개 동.

서울에서도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법조타운에 위치해 있다.

이 빌딩에 사무실을 차린 1백70여명의 변호사중 80여명이 전세권 설정을
늦게 했거나 아예 설정하지 못해 보증금을 받지 못할 지경이 된 것이다.

정곡빌딩은 법원으로 들어가는 대로를 사이에 두고 2동씩 마주보고 있다.

검찰청사쪽에는 본관과 서관이, 법원쪽에는 동관과 서초웨딩홀(남관)이
들어서 있으며 각각 지하 2~5층에 지상 5층이다.

남관을 제외하고 변호사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해주정씨 종친회 소유의 이 빌딩들이 경매라는 마지막 길을 가게 된데는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과의 인연이 불씨가 됐다.

평소 정총회장은 종친회를 적극 후원해온 지극 정성을 쏟아왔었다.

종친회로서는 이들 건물을 부동산 담보로 제공해달라는 정총회장의 부탁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한보그룹이 쓰러지면서 사단이 빚어졌다.

한보측에 돈을 떼이게 된 금융권등 채권자들이 부동산 담보로 잡혀있는
이들 빌딩들을 법원에 경매신청한 것이다.

경매가 진행중인 남관은 최초 감정가 4백11억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이미
2회 유찰돼 최저 경매가는 2백63억원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

이달 21일께 다시 입찰에 부쳐질 예정이다.

본관은 건축물 등기가 나지 않은 상태여서 충청은행이 토지부분만 경매를
신청했다.

본관은 30년동안 2백80억원에 해당하는 법정지상권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관과 서관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파라다이스건설 등이 지난 2월 경매를
신청, 오는 6~7월께 경매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곡빌딩의 공시지가는 평당 2천만원정도이며 임대료는 평당 7백만~8백만원
선이다.

경매전문가들은 정곡빌딩의 경우 입지여건이 좋기는 하지만 공실률이 높아
감정가의 절반가격으로 떨어져야 낙찰자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김호영 기자 hy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