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개최일정이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실제로 청문회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국정조사계획서를 기습적으로 처리한 기세를 몰아
여당 단독으로라도 청문회를 열 태세다.

증인과 참고인을 확정하고 대상기관도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기아자동차 등
12개를 잠정 결정했다.

야당을 압박하는 전술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나라당에게 계속해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제대로 틀을 갖춰 여야가 공동으로 청문회를 하고 싶은 것이 여당의 속마음
이기 때문이다.

장재식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 야당의 청문회참여를 전제로 연기 가능성을
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은 얼음장처럼 싸늘하다.

청문회 문제와 관련한 여당과의 협상 자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경제청문회 문제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눈총"을 받아야 하는게
당내 분위기다.

이회창 총재의 핵심측근은 10일 "여당이 국정조사계획서를 날치기 처리한
마당에 한나라당이 무슨 명분으로 청문회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며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다.

당 일각에선 오히려 여당 단독으로 청문회가 열리게 된 것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증인 채택문제와 겹쳐 골치아픈 청문회를 거부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을 가져다 주었다는 논리다.

더욱이 여당이 "반쪽짜리" 청문회를 강행할 경우 한나라당으로선 별로
잃는게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반면 한나라당 내에서도 청문회 보이콧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여당이 증인에서 김 전대통령을 제외시키는 등 일정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여야 합동청문회에 참여하는 게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막상 여당 단독의 청문회가 열리면 환란및 경제파탄의 책임이 전적으로
김 전대통령과 한나라당에게 있는 것처럼 여론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2000년 총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논리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초.재선의원들이 이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청문회에 참석할 경우 여당의 "날치기"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고, 당내 민주계가 반발하는 난점은 있지만 진지하게 검토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여야는 이번 주중 청문회를 고리로 대화채널의 복원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경색국면의 장기화 여부와 청문회의 대체적인 윤곽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정치가 "협상의 예술"임을 감안할때 여야간에 극적인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
도 없지 않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