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기술과 창공예술의 향연이라고 하는 에어쇼는 그 숫자가 전세계적
으로 수백개에 달하지만 첨단항공기 시범비행 등을 포함하는 국제에어쇼는
10여개를 넘지 못한다. 지난 26일 개막된 "서울 에어쇼 98"은 96년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로서, 비록 역사는 짧지만 17개국 1백55개업체가 참가, 70여대
의 첨단항공기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첨단 국제에어
쇼의 범주에 든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에어쇼"하면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현란한 곡예비행과 같은 "볼거리"가
전부인 것 같지만 참가업체들에는 더없이 좋은 비즈니스의 장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항공개도국들에는 국내항공산업을 한단계 올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96년 첫 서울 에어쇼는 규모나 관람객 숫자에 비해 에어쇼의 본래
목적인 비즈니스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쇼는
이같은 점을 보완해 항공업체끼리의 첨단정보 교환과 사업계약의 체결에
주력하는 실속있는 대회가 돼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행사에서는 계약체결건수가 20건이 넘고 수출계약액만도 1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첫 대회와는 달리 비즈니스에 충실한 행사가 될
것 같다. 이미 현대우주항공과 대한항공이 각각 다목적 경전투기와 헬기를
외국업체와 공동개발키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괄목할만한 비즈니스
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이같은 선진항공업체와의 협력강화가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조정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은 여간 의미있는 일이 아니다. 국내 기체 3사가
합의한 대로 내년 3월까지 단일법인을 설립, 국내기업간 과당경쟁을 지양
하고 중복투자문제를 해결한다면 해외자본의 유치가 한결 수월해져 국내
항공우주기술의 자생력과 자립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커진 덩치를 활용해 해외공동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면
수출업체로서의 기틀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항공우주산업은 기계 전기 전자 소재 등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다른 산업에 대한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고 막대한
연구개발투자가 요구되는 선진국형 산업이다. 따라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80년대 들어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면서 지난 12년간 생산규모면에서는 연평균
증가율이 제조업의 11.9%를 훨씬 웃도는 25.1%를 기록했지만 항공기와
인공위성 제작능력은 아직도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양적
성장에 걸맞은 기반기술 및 핵심기술의 확보가 가능하도록 중.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이번 서울 에어쇼가 국내항공산업이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한껏 발휘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음으로써 "21세기 세계 10대 항공국"을 향한 도약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