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14일 자본금을 상업은행 90.0%, 한일은행 90.3%씩
줄이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같은 감자비율은 근거규정이 없어 금감위가 임의로 일반적인
기준을 원용해 산출한 것이다.

우선 과거 주가수준을 활용해 기준가격을 정했다.

상업은행쪽부터 먼저 주가수준을 정하는 계산법을 썼다.

기준가격은 과거 1개월간 가중평균가격, 1주일간 가중평가가격, 결의전
최근거래일 주가 중 가장 낮은 것을 적용했다.

그 결과 1주당 5백1원이 나왔다.

이를 액면가 수준인 주당 5천원이 되게 조정하려면 9.98주를 1주로 줄여야
한다.

정부가 증자에 참여하려면 액면가 수준이 돼야 하기 때문에 감자는
불가피한 것이라는게 금감위의 설명이다.

한일은행의 감자규모는 합병비율을 감안해 산출됐다.

합병비율은 상업은행 1주에 한일은행 0.9693주.

결국 한일은행이 10.2960주를, 상업은행이 9.98주를 각각 1주로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이를 자본금으로 환산하면 상업은행은 1조원에서 1천2억원, 한일은행은
8천3백억원에서 8백6억원으로 각각 줄게 된다.

한일은행은 은행법상 법정최저자본금(1천억원)을 밑도는 셈이다.

강원 충북 제주은행에 대해서도 취하지 않았던 최저자본금 수준이하까지
감자가 이뤄진 것이다.

두 은행의 감자는 은행이사회 의결만 거치면 가능하다.

14일부터 시행된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감자방식에 대해 주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감위에는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부실경영의 책임이 없는 소액주주들에게 너무 가혹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또 주가만을 기준으로 삼아 감자비율을 산정한 것도 문제란 지적이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오후 두 은행이사회에서도 일부 상임및 비상임이사들은 금감위의
감자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감위는 앞으로 다른 은행에 대해 지원할 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방침
이다.

금감위를 이를 위해 이날 경영개선권고나 경영개선조치요구를 받은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나 예금보험공사가 출자할 경우 증자및 감자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은행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 경우엔 정부는 증자참여에 앞서 반드시 감자를
명령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위는 5백원짜리 10주와 5천원짜리 1주는 같은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로선 금감위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듯하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