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칠순할머니가 90세의 남편과 헤어지려고
이혼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김선중부장판사)는 11일 이모(70)씨가
40여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 오모(90)씨를 상대로 낸 이혼및 20억원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남편과 해로하시라"며 원고청구를
기각했다.

이들 부부의 갈등은 57년 이씨가 단신월남해 사채업을 하던 오씨와 결혼한
이후 불거지기 시작했다.

가부장적인 남편이 무조건적인 순종을 강요해 왔기 때문이다.

남편 오씨는 아내의 친정나들이는 물론 바깥출입조차 싫은 내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이씨가 혹독한 시집살이의 피난처로 종교에 의지하려 했으나 그나마 여의치
않았다.

이씨는 심지어 "다 늙어 바람이라도 났냐"는 남편의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부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이씨는 각방 생활을 고집하다
대전 아들집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95년 참다못해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1년여의 법정공방끝에 서로에게 감정의 앙금만 남긴채 두사람은 일단
화해하고 별거에 들어갔다.

그러던중 이씨는 지난해 5월 남편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노후생활비로
10억원만 남긴채 30억여원의 재산을 고려대학교에 장학금으로 기탁하자
서운함을 삭이지 못하고 두번째 이혼소송을 냈다.

담당 재판부는 "오씨가 아내와 상의없이 거액을 기탁한 잘못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나머지 10억원이 두사람의 노후생활비로 충분한 만큼 이혼청구를
받아들일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의 법정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씨의 변호사는 "오죽하면 연로하신 분이 소송까지 냈겠냐"며 항소의사를
밝혔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