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정부 입장만 듣는 당정협의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

6일 오전 7시30분 국회귀빈식당.

"기업구조조정 추진현황 및 계획"을 놓고 국민회의 자민련 등 집권공동
여당과 금융감독위원회가 가진 당정협의 자리는 예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띠었다.

국민회의 장영달 제2정책조정위원장과 양당 전문위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금감위의 기업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고
호되게 질책했다.

전처럼 단순보고만 하면 되는 것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했던 금감위
관계자들이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역했다.

당측은 한술 더 떠 금감위의 부실기업퇴출 의지 자체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 6월 55개 퇴출기업명단을 발표할 때만 해도 대상기업들은 모두
사라지는 것으로 인식이 됐으나 요즘 자구노력을 펴고 있으니 어찌된
일이냐며 "의혹"의 눈길까지 보냈다.

그 예로 한일합섬과 해태제과를 들었다.

마땅히 공중분해될 줄 알았던 한일합섬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해태제과는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회생에 나서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55개 퇴출기업을 시장에서 완전히 나가도록
한게 아니라 금융거래만 정지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측 관계자는 그러나 "55개 기업은 상식적으로 퇴출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살아난다면 퇴출명령을 내린 정부의 정책이 신뢰성을 얻겠느냐"
고 반문했다.

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개념이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워크아웃이 지나치게 기업을 살리는 쪽으로 경도돼 구조조정의 원래
의미를 퇴색시킨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일부 기업들이 워크아웃을 은행의 자금지원을 받는 창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측은 "살릴 기업은 살리고 부실기업은 퇴출시킨다는 원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러자 당측은 부채비율이 1천%를 넘는 기업까지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시킨
이유가 뭐냐고 재차 따졌다.

아울러 앞으로는 당정협의에 워크아웃 선정기업들의 재무현황 자료까지
가지고와 선정배경 등을 상세히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위측으로서는 "한배를 탄 우군"으로만 여겼던 당측으로부터 예상밖
"강공"을 받았다.

회의가 끝난뒤 한 여당관계자는 "당측이 욕을 좀 먹더라도 행정부의
탁상공론과 무사안일, 정책혼선 등을 바로 잡아 김대중 정부의 개혁정책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