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홍길동"이 뜨고 있다.

방영첫주에 시청률 3위를 기록하더니 지난주엔 2위에 올랐다.

교과서에 실리고 수차례 만화와 영화로 제작됐던 만큼 내용이야 새로울게
없다.

뚜렷한 스타급 연기자들이 캐스팅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홍길동"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

"홍길동"이 도술을 익혀 악의 무리를 응징하고 착한 백성들을 돕는
의적이라는데 그 열쇠가 있다.

시청자들은 브라운관에서 되살아난 조선시대 영웅을 통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대리만족을 맛본다.

여기에 양반집 서자라는 홍길동의 불행한 출생신분은 "역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한몫한다.

한마디로 "홍길동"이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뜨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IMF시대 영웅 갈망"은 방송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나폴레옹, 징기스칸, 클레오파트라 등 역사속 인물을 조명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

조금 성격을 달리하지만 박세리, 박찬호 등 스포츠스타들의 승리에
열광하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영웅"과 함께 혼란한 시기일수록 각광받는 것이 "무속"과 "역술"이다.

"영웅"과 "무속"은 "평범함을 뛰어넘은 그 무엇"이란 점에서 유사성을
갖는다.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은 초월적 힘에 의지해 자신의 앞길을 점치려 한다.

실제로 IMF이후 점집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TV에서도 SBS "토요미스테리" 등 "무속"을 다룬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영웅"과 "무속".

둘다 잠시동안의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역할은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극복은 있는대로의 현실을 인정하는데서부터 출발해야한다.

난세에 필요한 것은 영웅이나 초월적 힘보다 치열한 현실인식이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