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교역이 급격하게 위축되고있다.

수출은 기대에 못미치고 수입시장은 무너지고있다.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ASEAN)홍콩 대만등 동아시아의 역내교역은
급격하게 줄어들고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시장을 향한 소나기식 수출은 재현되고있다.

영국 애덤스미스 경제연구소는 올해 동아시아의 무역수지가 수입감소
덕분에 작년보다 3백억달러이상 늘어나겠지만 교역(수출입)규모는 작
년에 비해 10%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서유럽과 더불어 국제무역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동아시아의
퇴조는 세계무역의 앞날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기시작했다.

아담스미스 연구소는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수입위축이 연쇄파장
을 일으켜 세계교역이 2차 오일쇼크이후 최악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교역위축은 통상마찰을 격화시키고 보호주의로 이어지게 마련.

이는 IMF체제의 돌파구를 밖에서 찾아야하는 한국에는 치명적인 시나
리오다.

동아시아의 교역침체는 이미 태평양 건너편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전미 제조업자협회(NAM)가 최근 회원업체 2천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가 "동아시아에 대한 수출둔화로 하반기엔 기업경기가 침체국면"
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발표가 있은지 얼마후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일본의 새
내각은 "마감시간"이 임박했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부양,시장추가개방"을 빨리 하지않으면 가만있지않겠다는 얘기다.

동남아의 외환위기로 촉발된 동아시아의 교역위축은 일본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한국과 동남아국가들은 외환위기로 통화가치가 30-40%씩 떨어지자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내수침체와 고금리,수출용 원자재와 설비(자본재)
수입가격의 폭등이라는 복합악재를 동반했다.

결국 수출과 수입 양쪽 기반이 모두 무너져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수입시장이 내수침체로 내려앉은 것이 동아시아
교역에는 치명적이었다.

94년이후 4.8-20.4%의 증가율을 보이였던 일본의 수입은 올상반기중
작년에 비해 9.9%나 줄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에서 부품과 설비를 들여와 조립생산후 수출하는
동아시아국가들과 일본과의 연대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는 상반기중 일본의 대아시아수출이 70년대말 2차 오일쇼크이후 처음
으로 14.7%나 줄어든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반면 미국과 서유럽에 대한 일본의 수출은 각각 18.5%와 26.3%나
급증했다.

한일교역도 마찬가지다.

상반기중 한국의 대일수입 감소는 38.6%를 기록했고 수출도 9.1%
줄었다.

이 바람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제2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미국과 러시아와의 교역이 급증하는데 비해 한국 일본 싱가포르등 동
아시아수출은 내리막이다.

유리 대두쉬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동아시아의 교역이 본궤도에
올라도 지역연대는 과거보다 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교역위축이 신용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교역방식도 뒷걸음질 치고있고
있다.

동남아국가(ASEAN)들은 이미 물물교환식 교역을 시작했고 한국과
인도네시아도 바터무역을 추진중이다.

교역품목도 변하고있다.

공산품교역은 답보상태이고 농산물과 천연자원등이 부상중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 동남아국가들의 원자재 수출의존도는 올들어
품목별로 5-10%씩 높아졌다.

한국의 경우 돼지고기가 대일수출주력으로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역위축은 저가경쟁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4분기중 미국에 수입된 아시아상품의 가격이
작년에 비해 5.3% 내렸고 동아시아의 저가공세로 유럽시장으로 나가는
미국상품의 수출가격까지 0.6%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교역규모가 줄어들면서 상호보완적이던 교역구조에도 틈이 벌어지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중국이 엔화약세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한국이 IM
F이후 중국시장을 타킷으로 삼는데 대한 연쇄반응"이라면서 "멕시코
위기때 미국의 역할을 할 나라가 아시아에 없는 것이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우 기자 leed@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