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

미국은 부실은행을 정부주도로 강제합병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미국은 지난 80년대 심각한 금융위기에 시달렸다.

한국의 상호신용금고와 같은 소규모 은행들이 난립했고 이들은 하나같이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게 됐다.

더구나 부동산경기 침체, 예대마진 감소로 은행들의 재정은 악화될대로
악화됐다.

미국정부는 80년대말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이 무려 4천5백50억달러에
이르자 시장경제논리를 포기하고 강력한 은행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89년부터 95년까지 모두 7백47개 은행을
폐쇄대상으로 골랐다.

한국의 성업공사와 같은 기능을 하는 청산신용공사(RTC)를 설립, 이들
은행의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도록 하는 동시에 우량은행들에 강제합병
시켰다.

또 은행업과 증권업의 겸업을 금지하는 ''글래스 스티걸법''을 완화해 은행의
업무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따라 정부의 개입과 함께 민간은행들도 스스로 살길을 찾아 "짝짓기"에
돌입했다.

91년 당시 미국내 자산규모 6위였던 케미컬뱅크가 9위였던 뉴욕
매뉴팩처러스하노버를 전격 인수하면서 은행간 인수합병의 불을 댕겼다.

이를 시발로 뱅크아메리카와 시큐리티퍼시픽, NCNB와 CNS소브란은행,
퍼스트시카고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 등간의 대형 인수합병이 줄을 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행은 86년 1만4천여개에서 95년에 1만개로, 은행원은
1백50만명에서 45만명으로 격감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일본 ]

일본정부는 그동안 부실 금융기관들의 합병이나 퇴출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왔다.

자율적인 퇴출을 유도하는 방식을 썼다.

자율적인 퇴출방법으로는 자진폐업 영업권양도나 다른 은행으로의 합병
법정관리신청 등 크게 3가지 유형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정부도 자율적인 퇴출에서 강제적인 퇴출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의 악성채권을 처리할 정리회수은행을 정부예산으로
설립키로 했다.

또 파산은행별로 각각의 가교은행을 설립,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키로 일단
방침을 정했다.

정리회수은행은 정부예산으로 설립되며 은행들이 안고 있는 회수불능채권
등 불량채권을 인수해 처리하게 된다.

이는 과거 80년대말 미국정부가 부실한 저축대부조합(S&L)을 정리했던
방식과 비슷하다.

이와함께 부실은행을 가교은행으로 전환, 이 가교은행이 부실은행의 보유
채권중 정상채권과 요주의채권중 건전한 채권만을 인수하게 된다.

가교은행설립에 필요한 자금은 예금보험법을 개정, 예금보험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가교은행의 운영자금은 은행차입이나 채권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가교은행이 기존은행의 우량채권만을 인수한 다음에는 가교은행들을 서로
합병시켜 건실한 은행을 새로 세운다는게 지금까지 알려진 일본정부의
부실은행 퇴출방안이다.

은행퇴출에 따른 사회적인 파장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이같은 은행퇴출방안을 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
다음 본격적인 부실은행 정리에 나서게 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유럽 ]

금융산업재편의 원조는 영국이다.

지난 80년대초 이른바 "빅뱅"으로 불리는 금융개혁을 통해 영국은
"금융그룹화"를 촉진하면서 부실 금융기관들의 자연스런 퇴출을 유도했다.

금융업에 대한 진출자유화를 통해 영국은행들은 보험 연기금 투자신탁 등
다양한 업종의 자회사를 소유하는 금융그룹화에 나설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빅뱅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상당수 영국계 금융회사들
은 문을 닫아야 했다.

이중 많은 은행들이 미국 등 외국 금융기관들의 손에 넘어가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를 통해 미국 및 일본 금융업계의 런던 진출이 본격화돼 당시 쇠퇴일로를
걷고 있던 영국 금융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는 효과를 봤다.

이같은 빅뱅은 여타 유럽국가에도 확산됐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프랑스도 경쟁력이 없는 소규모 은행들을 퇴출
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독일 정부는 소형 금융회사들이 날로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
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 이들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유도했다.

덕분에 지난 93년이후 저축은행의 수가 급감했다.

당시 7백3개였던 저축은행수가 95년말 6백26개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05년 독일내 저축은행 수가 2백50개로 줄어드는 등
중소형은행들의 퇴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의 은행수가 지난 90년 8백1개에서 95년 5백93개로 크게 줄어든 것도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에서다.

스페인은 3백62개에서 3백14개, 이탈리아는 1천65개에서 1천3개로 줄어드는
등 이같은 추세는 다른 회원국에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