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40엔대로 떨어지면서 9일 파리에서 열릴
G7(선진7개국) 재무차관회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화폭락을 자극한 가장 적접적인 요인이 바로 "G7회담에서 엔화문제를
논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잡혀있던 이번 회담의 주의제는 러시아 금융위기.

실제로 엔화문제는 주요의제에서 빠져 있다.

비공식적으로는 몰라도 공식의제에는 올라있지 않다.

일본이나 미국도 이 점을 시인했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이젠 엔화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뾰족한 수가 나오겠느냐가 문제다.

러시아 문제에는 직접적인 해답이 나올 공산이 크다.

"본격개입"을 결정할 것이라는 게 국제금융가의 중론이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최대 30억달러를 추가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원이 보류된 6억7천만달러도 가능한한 빨리 지급토록 IMF에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신디케이트론 형식의 긴급자금 지원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G7의 이같은 적극적인 대응은 러시아를 포함한 동구권에 "아시아판
위기"가 재현되는 것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주가가 심한 등락을 보이는등 이미 동구권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여서 긴급진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또 러시아가 핵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의 혼란은
경제문제로만 끝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도 G7의 대응을 적극적인 쪽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러나 엔화에 대해서는 상황을 돌변시킬 만한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강한 달러"라는 정책기조를 바꿀 움직임이 없어서다.

로버트 루빈 미국재무장관은 7일 "이번 회담은 전적으로 러시아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까지 말했다.

이 말의 뜻은 엔화하락을 좀도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엔화방어를 위한 선명한 메시지를 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구로다 히코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은 8일 이번 회담에서 주요의제는
아니지만 "비공식적"으로 환율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상황을 호전시키겠다는 희망으로 보인다.

그러나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일본의 기대에는 훨씬 못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실 엔화하락은 일본경제의 침체뿐 아니라 아시아 위기, 미국의
경제활황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일본은행이 4월 한달간 2백10억달러를 쏟아 붓고도 환율방어에 실패한
것도 이때문이다.

따라서 성급한 시장개입은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기껏해야 일본 정부에 감세를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촉구하거나 엔화하락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