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가전업체는 외국 바이어가 원하는 검정색을 내지 못해 40번이나
클레임을 당했다.

바이어가 원한 건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검정색이었다.

그러나 서양사람들에게 죽음을 떠올리게하는 우중충한 검정색밖에 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색"때문에 수출에 애를 먹은 회사는 이 회사 뿐만아니라 손으로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 기업들이 색을 가볍게 보고있다는 얘기이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약 1천7백여가지 색을 낼 수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생산가능색은 50가지도 안된다.

사물을 인식할 때는 시각이 83% 역할을 하며 이 가운데 70%는 색으로
받아들인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이렇다보니 물건을 고를 때 색이 제일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가 넘으면 거의 "색"을 보고 제품을 산다고
한다.

수출하려면 색이 받쳐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의 49%가 "색과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대는 60%이상이 색과 디자인으로 제품을 택한다고 한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색은 소득 나이 성별 나라별로 다르다.

"길이를 자가 아닌 뼘으로 재는 식"으로 제품색을 정했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제품을 어느나라에 팔거냐, 주소비계층이 누구냐 등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차별화된 색 전략을 펴야 한다.

40대 여성화장품이라면 보라색이 제격이다.

40대이상 여성들은 보라색을 보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색은 과학이다.

색엔 유행이 있다.

전자제품을 디자인하면서 유행하는 옷색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그렇다.

자유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커졌는지 아니면 사회가 경직되고 있는지도
색 전략을 짤때 감안해야 한다.

몇몇 회사들은 자기 고유의 색으로 효과를 보기도 한다.

코카콜라하면 빨간색을 떠올리게 된다.

삼성은 전체적으로 파란색으로, 풀무원같은 식품업체들은 녹색으로 회사
전체의 색이미지를 가져가고 있다.

대부분 상품은 색만 차별화해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특히 플라스틱사출이나 섬유같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제품일수록 그렇다.

한가지 모델로 색만바꾸면 수백가지 다른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색채연구소의 한동수 소장은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이 색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색"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 많지 않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제 눈을 뜨기 시작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내부에 색을 중점적으로 디자인하는 사람들을 두기 시작했다.

또 히트색을 찾기 위해 제품개발단계에서부터 소비자취향조사도 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전문가에게 묻는 것이 제일이다.

국내 디자인전문회사 가운데는 아이알아이가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색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부설 색채연구소도 지난해 문을 열어 색연구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색채연구소도 색에 대한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