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자구계획을 만들라는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지시에 은행들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33개 은행장 회의에서 이 위원장이 "은행
혼자서 해결하지 말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라"는 주문을 한데 대해 은행들은
진의파악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회의가 끝난후 모 시중은행장은 "당황스럽고 황당하다"는 말로 느낌을
표현했다.

이 은행장은 "이 위원장이 은행합병 등과 같은 혁신적인 방안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 것 같다"고 해석하기도.

다른 은행장도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선의 자구를 마련하고 있는데 실현이
불투명한 해외자본 참여를 포함시키도록 요구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시중에 나돌고 있는 "4월 은행빅딜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이한 수준에서 이 위원장 말을 해석하는 은행장도 있었다.

한 대형은행장은 "해외 컨설팅업체로부터 자문을 받아 선진기법을 도입
하는게 좋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금감위원장이 그간 금융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강성발언을 자주
해온 터라 은행장들이 지나치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은행들의 이같은 예민 반응을 간파했음인지 이 위원장은 이날 수차례에
걸쳐 "은행구조조정에 관해 정해진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
하기도.

이 위원장은 또 "오늘 은행장들이 모여 있다길래 인사겸 해서 왔다.
앞으로 은행장회의를 소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 이성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