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환율이 어렵사리 "달러당 1백40엔대"에서 방어됐다.

이런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이날 분위기는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의 강력한 엔방어 의지가 먹혀드는
국면이었다.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도쿄증시 역시 거래일수로 4일만에 비교적
상승세로 돌아섰고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의 통화와 주가들
역시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과는 급반전된 분위기였다.

하시모토 총리는 "강력한 내수경기 회복대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엔 방어에
나섰다.

자민당과 일본은행의 관계자들도 연쇄적으로 시장지원성 발언을 쏟아냈다.

더군다나 전날 하시모토 총리는 대외자산의 규모를 밝히면서 선진국들의
과장된 발표를 공격했다.

이날 도쿄시장에서 거래되는 미국채(TB)도 이런 말에 고무돼 소폭이긴
하지만 가격이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대장성이 달러를 대거 시장에 풀어놓을 수도 있음을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전세계 시장에 배포된 엥도수에즈 W 아이카증권의 아시아통화
전망은 지극히 어두운 내용이다.

연말까지 달러당 1백45엔까지 치솟을 것이며 한국 등 다른 아시아통화들
역시 통화위기 이후 최고수준까지 다시 폭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엔이 강세로 돌아서기에는 이미 시장의 힘이 한쪽으로 기울었고 일본경제의
취약성이 계속 노출되는 중이라는 것이 엥도수에즈의 지적이다.

서방의 국제금융계는 대체로 이같은 분석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홍콩시장에서 활동하는 외환딜러들은 대체로 이번주안에라도 엔시세는
달러당 1백37엔을 일단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들을 내놓았다.

엔약세의 저지선이 문제일 뿐 약세기조 자체는 뒤집기 어렵다는 주장들이다.

더욱이 서방언론들의 일본두들기기가 본격화되면서 엔약세를 계속 몰고갈
것이라는 시장외적 요인도 무시할수 만은 없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나친 엔약세는 미국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본정부가 일정한 수준의 감세조치를 발표하고 미국이 엔방어에
협조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오는 1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G7회담과 내달 영국에서 열리는
선진국서미트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번주 후반은 부활절 등이 겹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휴장일이 많아 시세움직임도 미세한 변화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고 일본
정부의 경기대책이 윤곽을 드러내는 내주 초반에 어떤 모양을 잡아가느냐가
중기적인 시세흐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정규재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