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맞아 국민들의 문화비 지출은 전반적으로 줄겠지만 한국영화 등
일부 문화상품의 경우 오히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경기가 하락하는 초기에는 정보입수를 위해 신문을 많이 볼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경제환경 변화와 한국 문화산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IMF한파에 따른 경제불황이 본격화될 경우 문화상품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지난해까지 7~8% 수준으로 증가하던 가계의 문화비 지출이 올해엔
정체되고 내년엔 절대액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값이 싸고 모두가 즐길수 있는 문화상품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대표적인 예가 국산영화.

환율상승에 따라 외화수입이 어려워지면 국산영화가 상대적인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방화와 외화의 흥행실적은 23:77정도지만 내년에는 30:70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극장수입과 비디오판권 등 영화시장 규모가 연 1조5천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천억원 정도의 외화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보고서는 또 소비적인 문화스포츠 상품은 퇴조하는 반면 가족단위
문화상품의 수요는 늘어나는등 문화계 구조조정도 진행될 것으로 봤다.

즉 골프 스키등의 인구가 줄어드는 대신 등산 낚시 박물관 미술관
고궁관람 등이 큰 인기를 끈다는 것.

이러한 추세는 현재의 경제불안이 사라진 뒤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현상은 가족대상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한된 문화비를 가족구성원 모두 사용하려 하기 때문에 가족대상 영화를
많이 보게 된다는 얘기다.

출판부문은 불황의 영향이 도서종류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문학 철학 예술 역사책의 경우 수요가 크게 늘겠지만 종교 사회과학
자연과학 어학 아동도서 등은 발행 종수가 줄어든다.

음반산업의 경우 10대 위주의 유통구조에서 벗어나리라는 전망이다.

10대들의 구매력 감소로 댄스뮤직이 퇴조하는 대신 20대를 겨냥한
발라드와 50대및 60대를 위한 복고풍 음악이 주종을 이루는 방향으로
음반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예측이다.

보고서는 경기전환시 신문수요가 급증한다는 점을 특기사항으로 꼽았다.

김휴종 연구위원은 "80년대초와 92년 경기하락때 신문구독비 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경제변동 상황에 대한 정보수집을 신문에
의존하기 때문에 나타나나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