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금리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과연 고금리추세가 한풀 꺾일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고금리행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가이드라인(단기금리 연 30%대)이 엄존하고 있어
당국의 개입에 한계가 있는데다 은행들도 수지보전을 위해 단순한
"흉내내기"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과도한 금융비용부담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의 연쇄부도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의 고금리제동

재정경제원은 지난 21일 은행국제담당임원들을 불러 외화대출금리와 환전
수수료율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은행들이 적용하는 외화대출금리는 현재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12-13%를
더한 수준.

기업들은 외화를 빌리는 댓가로 연 20% 가까이를 물고 있다.

한국은행도 22일 여신담당임원회의를 소집, 조달금리 수준에 맞춰 당좌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상업어음할인금리를 내리도록 종용했다.

한은은 이를위해 신규 상업어음할인실적이 많은 은행에 총액대출한도를
우선 배정키로 했다.

한은은 또 자금에 여유가 있는 은행에 대해 중소기업대출금리 등을
인하토록 요구하고 있다.

<> 고금리실태

금융당국이 이처럼 대출금리인하를 종용하고 나선 것은 현재와 같은
고금리가 계속될 경우 살아남을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기업들은 외화는 물론 원화대출금리도 대부분 연 30%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당좌대출금리는 한때 연 40%까지 올랐었다.

1천만원을 빌리는 댓가로 연간 4백만원을 물어야 했다.

상업어음할인금리도 대부분 은행이 연 30%를 적용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특히 한은에서 연 5%로 지원받는 총액대출한도분에 대해서도
연 30%를 적용, 기업들의 반발이 비등한 실정이다.

외화대출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한은에서 외화를 지원받을때 "리보+15%"가 적용되는 점을 악용,
"리보+1-2%"로 빌려온 자금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리보+12-13%"를 적용
하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고금리에 짓눌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지역에서만 1천2백26개의 기업이 쓰러졌다.

이달들어서도 지난 22일까지 서울지역부도업체수는 9백98개에 달했다.

서울지역의 하루 부도업체수는 최근 1백개를 오르내리고 있어 기업들의
연쇄부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 은행 움직임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지시에 의해 어쩔수 없이 금리를 인하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날 6대 시중은행은 대기업에 대한 당좌대출금리를 연 30%로 고시했다.

전날(연 32%)보다는 2%포인트 낮췄다.

또 국민 한일은행 등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도 2%포인트가량 인하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말 그대로 "성의표시"에 불과하다.

신종적립신탁 등 고금리수신상품 시판으로 조달금리가 올라가 있어 대출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은행들은 특히 한은이 IMF를 의식, 드러내 놓고 금리인하를 유도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금리인하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대출금리는 연 20%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