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때 그룹해체의 비운을 맞았던 한 그룹 회장이 "폭설로 길이 막혀
청와대만찬에 늦게 참석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한 일이 있을 정도로
역대정권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나 모임에 초청된 대기업회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정시에 참석하는게 불문률.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시대에는 이런 관행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수출이 가장 중요하다.

세일즈활동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는 회장을 일부러 불러들일 필요는 없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별도로 설명할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

김당선자는 5대그룹회장과의 13일 회동을 앞두고 다른 현대 삼성 LG
선경그룹회장은 참석의사를 밝혔고 유럽에 출장중인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도
비서실측이 팩스로 연락, 급거 귀국시키겠다고 했다는 회동추진상황을
박지원 당선자대변인으로부터 지난 11일 밤 보고받고 이같이 말했다.

박대변인은 "솔직히 말해 대우비서실쪽에서는 그래도 (김회장이) 귀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의해왔으나 사업활동때문이라면 불참해도 좋다는게
당선자의 뜻임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박대변인은 "김회장이 13일 외국은행장들과 약속이 있다고 하는데 세세히
더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대변인은 특히 "별도설명기회란 김당선자가 김회장을 따로 만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우그룹관계자도 김회장이 지난 6일 미국으로 출국, 유럽을 경유해 14일
오전중 귀국할 예정이라며 "이렇게 되는게 정상이 아니겠느냐"고 김당선자의
"양해"를 반겼다.

한편 김당선자는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외국에 나가 외화를 벌어오고
투자유치를 해오는 기업은 애국자로 대우하고 보답하겠다"는 뜻을 비쳐왔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