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 <한양대 교수 / 경영학>

예전에 몽골에는 인간에게 무서운 선천성 기형질환인 몽골리즘(다운증후군)
이라는 병이 유행하였다.

유목생활로 인한 잦은 이동때문에 부락내 사람끼리 결혼할수 밖에 없다보니
근친혼으로 인한 우생학적 기형이 생겨 몽골리즘에 쉽게 걸렸다.

그들은 이병을 고치기위해 특단의 방법을 썼다.

외지에서 지나가다 들린 방문객에게 그날밤 자기의 아내나 딸을
동침케하였다.

정상적인 씨앗을 받기위해 목숨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바치는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 몽골리즘에 걸려 있었다.

끈끈히 맺어진 사람끼리만 혜택을 나누어 갖다보니 소위 정경유착의
몽골리즘에 걸린 것이다.

그 결과 IMF라는 외지인에게 강제로 노랑머리의 씨를 뿌리도록 안방을
내어주고 말았다.

IMF라는 외지인을 불러들인 이상 하루빨리 우수한 종자를 받아 몽골리즘을
고쳐야 한다.

정경유착의 중병에서 벗어나 창조적 새 세계가 있음을 보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밖을 보는 안복이 없었다.

WTO가 생긴지 3년이나 되는데도 미국이 우리를 죽이려고 그런다고 탓만
한채 옛날의 우리식 방법을 고집한다.

WTO의 세상인 이상 그들과 함께 하려면 시장원리에 따라 그들의 관행을
존중해야 한다.

세계와 동떨어진 우리의 몽골리즘적 관행을 살펴보자. 첫째 부패가
무엇인지를 구별할줄 모른다.

서구에서는 부패한 자는 살아남을수 없게 되어있다.

전직 대통령 두명이 수천억원을 부정해도 오죽해서 그랬겠느냐고 동정하고
심지어 지도층인사중에는 하루 빨리 용서해서 풀어 줘야한다고 한수 더 뜬다.

이러한 선과 악이 혼동된 분위기가 있는 한 경제정의는 죽고 젊은
학생들에게 북한의 허황된 선전은 먹혀 들며 안보조차도 위태하게 됨을
경고하고 싶다.

둘째 자기에게 해가되면 무조건 반대한다.

세계와 경쟁하려면 싫든 좋든 잘못된것은 고쳐야한다.

요사이 금융실명제가 나라를 망쳤다고 야단들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중 몇명에게 금융실명제가 무어냐고 물었더니
단편적 내용만을 알고 있었다.

자기에게 피해를 주었다는게 숨겨진 내용이었다.

국민이라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하거능 소득의 노출이 두려워 현금을
장롱속에 감춰두고 실명제 탓만하고 있으니 이들이 바로 IMF를 불러들인
중환자들이다.

셋째 사랑이 메말라 버렸다.

세계를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나라정도 사는 나라치고 우리처럼 사랑을
모르고 은혜를 잊어버린 나라는 없을성 싶다.

한 예로 공단의 외국인 근로자들 한테 욕지거리는 보통이다.

주말에 집에 데리고 가서 숫가락 하나 더놓으면 배불리 먹일수도 있을텐데
그런 생각은 없다.

우리가 굶던시절을 잊고 있다.

월남전에서 피의 대가로 벌어들인 귀한 외화가 종자돈이 되어 오늘의
번영이 있었음직도 한데 전상장병의 가족과 고엽제 환자들의 고통쯤은
물론 이들의 은혜조차 잊고 있다.

넷째, 수입은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 부친다.

우리 물건을 외국에서 사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가 외국것을 사는 것은
부정한다.

사치와 낭비는 경계해야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편견 없는 시각을 갖는게 필요하다.

정당한 경쟁의 게임 룰을 익혀야 한다.

반칙을 서로 봐주고 억지가 정의를 억누르는 사회는 곤란하다.

다섯째, 자본주의적 프로정신이 희박하다.

세계시장에서는 프로만이 승리한다.

우리는 제테크나 권력유착 등의 방법으로 손쉽게 돈을 번 사람이 많아
혼을 바쳐 일하는 사람들의 프로정신을 흐리게 하고 있다.

거품경제 속에서 오히려 프로 스포츠구단은 너무 많다.

일개미처럼 부지런하던 한국인의 이미지를 되찾으려면 소비문화의 조장
보다 근로정신을 국가적으로 숭상하는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하겠다.

이제 기업은 허위 공범조직을 타파하고 정부는 허위통계로 끌고 가려는
공작을 끝내야 한다.

정부감사나 회계감사는 면피용으로 쓰인다고 외국인에게 보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은행원들은 기업의 성장성 보다 부동산 담보능력만을 볼 줄 아는 안목으로
세계의 신용사회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선용해야 한다.

IMF라는 외지인의 강요된 종자개량에 적극적으로 임해서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경영전략이론에 따라 창조의 물결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경계해야 할 것은 예산절감한다고 교육비를 삭감하고 감원만을 대수로하는
과거의 반복이다.

예견 되는 엄청난 실업, 초긴축으로 구경조차 힘들게 될 돈, 갖가지의
모든 어려움을 떠맡게 된 국민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몽골리즘은 산모 나이가 많을 수록 걸릴 확률이 3배 높다.

더 나이 먹기전에 세계시장의 무자비한 경쟁원리를 익혀서 몽골리즘을
퇴치하는 고통스런 결의가 필요하다.

먼 훗 날을 위하여 우리가 어떤 결단을 했는가 남겨 놓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