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드쉬 IMF총재가 한국의 선단식 재벌경영 체제를 비판한이후 기업 지배
구조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선진국의 기업지배 구조는 어떻게 돼있을까.

여기엔 <>주주들이 뽑는 이사회와 감사가 실질적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미국 영국 등의 앵글로색슨형 <>종업원이 경영에 참가하는 구주형(독일)
<>일본과 화교계 국가의 가족중심형 등 3가지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어 어느방식이 최선이라고는 꼭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전환하면서 일본이나 독일형보다는
주주우선과 개방, 창조성을 중시하는 앵글로색슨형이 부상하고 있다.

우선 미국형은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이사회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이사회는 기업과 직접연관이 없는 외부인사가 절반정도 참여한다.

이들 외부인사는 주주대신에 경영진의 전반적인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기업의 성과와 자금배분 관계 등을 감독한다.

실제업무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전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기업을 지배하는 셈이다.

주식분산이 잘 돼있고 자본시장이 발달한 점이 이런 지배구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주주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세며 경영진들은 자사 주가를 높이는
데 경영 최우선 목표를 둔다.

전문경영인이 부상하는 것도 이런 지배구조때문.

주주들의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반면 기업경영이 단기업적주의에 흐르고
대규모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으며 의사결정이 더딘 부작용도 있다.

은행이 대기업의 최대주주인 독일의 경우도 이사회가 기업을 지배한다.

미국식과의 차이는 이사회가 경영을 직접 담당하는 집행이사회와 이들을
감독하는 감독이사회로 분리돼 있으며 종업원이 경영에 참가한다는 점.

감독이사회는 주총에서 선출되는 주주대표와 종업원이 뽑는 종업원대표가
동수로 참가하며 경영을 담당할 집행이사회 이사를 임명하고 회사 장기전략
이나 중요사항에 대해선 사후보고를 받는다.

따라서 감독이사회가 기업의 최고지배기구인 셈이다.

은행은 주주대표로서 이사회에 참가해 경영권을 행사한다.

독일식 지배구조는 종업원이 경영에 직접 참가하는 까닭에 노사간 갈등을
줄일 수 있으나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근로기준도 타국에 비해 까다로운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주주권한이 큰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일본과 한국 화교계 국가에선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가족(오너)이 기업을 지배한다.

법적으론 주총에서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와 이를 감시하기위한 감사가
임명되나 실제로 기업을 지배하는 것은 오너다.

재벌구조인 일본의 경우 정기적으로 열리는 사장단회의가 경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 구미의 이사회 권한을 대신한다.

이 지배구조의 장점은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장기적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반면 채무보증 등으로 계열사끼리 복잡하게 얽혀있어 경쟁력이 떨어진
회사라도 도태되지 않는 등 시장원리가 작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들 지배구조중 어느 유형이 최선인가를 말하기란 어렵다.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고 그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도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동아시아 금융위기로 아시아적 발전모델이 힘을 잃으면서 주주권한을
높이고 경영투명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모델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보다 유연한 사회로 만들자는 "제2 명치
유신"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21세기 경쟁력을 높이기위한 자구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강현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