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람되랴 업무파악하랴.

지난 5일 기아그룹회장으로 취임한 진념 재산보전관리인은 바쁜 휴일을
보냈다.

진회장은 9일 오후 여의도 사옥에 나왔다.

일부 직원들도 이미 일요일을 반납해 놓은 상태다.

진회장은 이날 강문석 상무 등 해외사업담당 간부들과 해외프로젝트현황을
집중 점검했다.

위기에 빠진 것으로 현지에 소문이 돌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다.

주한인도네시아대사에겐 국민차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기아의 강한
의지를 본국정부에 전하도록 요청했다.

박제혁 기아자동차사장(보전관리인) 등 그룹사장단은 이날 오전 남한산성
근처에 있는 창업자 김철호회장 묘를 찾아갔다.

봄(한식 전후) 가을(10월24일 노조창립일 전후) 1년에 두번있는 정례행사다.

진회장은 여기에 동참하지는 않고 갔다 온 일부 사장들과 오후에 업무협의
를 했다.

진회장은 이에앞서 8일 오후 잠실체육관으로 달려갔다.

SBS와 맞붙은 그룹농구팀 기아엔터프라이즈를 응원했다.

직원들과 어울려 박수를 쳤다.

오전엔 임창열 통상산업부장관과 함께 고건 국무총리를 수행, 경기도
안산에 있는 협력업체 3곳을 방문했다.

삼기기공 대기산업 우신시스템 등 3개 협력업체대표들을 통해 전해들은
이들의 애로사항은 극심한 자금난.

진회장은 이미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차질없는 자금공급을 부탁했지만 좀더
확실히 하기 위해 고총리 등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진회장은 기아정상화라는 무거운 짐을 졌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임원물갈이를 포함한 과감한 경영혁신이 시급하다.

징계위원회는 노사동수로 구성한다는등 효율경영에 걸림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부 노사협약도 그냥 두기 어려운 형편이다.

진회장에겐 당분간 휴일이 없을 것 같다.

< 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