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은 홍콩금융시장이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원인을 홍콩
달러화가치에 대한 우려및 경제펀더멘탈의 악화에서 찾고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 92년 38억9천만달러 흑자에서 93년 33억8천만달러의
적자로 돌아선뒤 올해에는 2백5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체제의 변화와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홍콩현지에서는 자국통화가 실제가치보다 30%이상 높다는 설이
나돌아 왔다.

이같은 점을 보고 국제환투기세력이 동남아시장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가지고 홍콩달러 공략에 나서면서 "외자유입을 위한 금리인상 증시폭락"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상황은 홍콩과는 다르다는게 재경원의 주장이다.

지난 9월에는 무역수지가 5억달러의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도 전년동기대비 수출이 14.6% 늘고 수입이 9.9%
줄어들어 3개월째 연속흑자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경상수지적자도 지난 8월 7억1천만달러 적자에서 9월에는 3억달러(추정)로
줄어들며 연말쯤에는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율은 홍콩보다 높은데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홍콩보다 낮다.

환율제도및 채권시장 개방폭에 있어 홍콩과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한다.

지난 90년부터 변동환율제를 운용한이후 원화가치의 거품도 많이 제거됐다.

특히 홍콩은 태국등 동남아국가와 같이 채권시장이 외국인에게 전면개방되어
있어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롭다.

이에따라 이미 유입된 헷지펀드자금이 갑자기 유출될 경우 시장이 받는
충격이 클수 밖에 없다.

이에반해 한국의 대기업채권및 보증채권시장은 철저히 닫혀 있다.

주식시장은 상당부분 개방되어 있지만 증시침체의 장기화로 과거 국내
은행주에 집중 투자했던 일부 헷지펀드 등이 손해를 보고 이미 대부분의
자금을 국내에서 빼나간 만큼 외국자금의 영향력은 홍콩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국내 주가선물시장은 투기적인 거래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때 한국이 단기간내에 심각한 통화위기사태를 겪을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는게 정부의 인식이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