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6일 채권단들에 화의고수방침을 전할 예정이다.

채권단들이 6일까지 화의와 법정관리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통첩을 보낸데
대해 "화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기존입장 고수의사를 밝힐
계획이다.

4일 김선홍 회장주재로 열린 정기사장단회의에서도 기아그룹은 예전과
전혀 다름없는 분위기속에 자구노력을 열심히 하자는 목소리만 높았다.

김회장은 "위기를 극복한 기업만이 강해진다"며 현재 추진중인 몸집줄이기
작업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사장들에게 당부했다.

김회장은 지난 3일에는 기아자동차판매의 16개 지역본부장회의에 참석,
"기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를 많이 팔고 차판매대금을 제대로 회수하는
길밖에 없다"며 판매를 독려했다.

기아경영진과 노조원모두 화의고수방침에는 흔들림이 없다.

채권단이 6일까지 화의와 법정관리를 선택하라고 했지만 이들은 6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오직 화의를 통한 경영정상화에 몰두하고 있다.

기아그룹은 원군도 얻었다.

신한국당의 이회창 총재와 국민회의의 김대중 총재가 지난 3일 "기아자동차
는 화의로 처리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의 발언은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지만 기아로선 반가운 선물이다.

그러나 기아가 화의를 통해 경영을 정상화시키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협력업체의 자금난이다.

협력업체들은 벌써부터 은행의 어음되사가기(환매)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부도유예협약이 만료된 지난달 29일이후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할인해간
어음을 되사가라는 은행의 압력때문에 힘겹게 하루 하루를 넘기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할인해간 어음은 지난 7월15일 부도유예협약 적용이후 대략
4천억원에 이른다.

협력업체들이 손에 쥐고 있는 어음도 3천억원정도로 추산된다.

모두 기아가 부담해야 한다.

기아는 법원의 재산보전 처분명령으로 이들 어음을 결제하지 않더라도
당좌거래가 정지되지 않지만 협력업체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몰릴수밖에
없다.

그나마 차판매도 여의치 않다.

7~8월 4만대를 넘던 차판매량이 9월엔 3만2천대로 줄었다.

월4만대를 넘던 수출도 은행의 수출환어음 매입거부로 8~9월에 월2만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아 혼자의 힘만으로 오랫동안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아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기아가 화의고수의사를 밝히면서 현재 막혀있는 수요자금융(월평균 1천5백억
원)과 수출환어음매입(월평균 1억달러)만이라도 정상적으로 해달라고 은행에
호소하는 것도 이같은 절박한 사정 때문이다.

기존에 해오던 것만이라도 다시 허용해달라는 요청이다.

< 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