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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금융산업] (4) '서툰 신용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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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금융사가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고있다.

    전국 30개 종금사가 한보 기아 등 부도및 부도유예기업에 지원, 부실여신의
    꼬리표를 단 금액만 8월말 현재 총 5조1천8백76억원에 달한다.

    업계 전체의 자기자본(4조4백71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종금업계 전체가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신용대출 선구자로 자부해온 종금사가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신세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제대로 된 신용대출을 못했기 때문이라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기업의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했다면 지금처럼 자기자본을 잠식 당할 만큼
    돈을 퍼주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신용대출이라는 이름아래 종금사를 통해 눈먼 돈이 기업으로 흘러간 것"
    (아세아종금 민병태 부사장)이다.

    대기업 편중이 두드러진 종금사의 여신은 "맹신"과 다름없다.

    (동양종금 조왕하 사장)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개별 기업의 신용보다는 그룹의 외형과 이름만을 보고 거액의 여신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의 신화에 대한 굳은 믿음도 한 몫을
    했다.

    "재무구조를 분석하는 심사보다는 설마 기아가 부도 나겠냐는 식의 실무적인
    감에 의존한 대출"(동양종금 오문철 심사부장)이라는 게 실로다.

    단기부채 급증 등 몰락징후가 보이는데도 많은 종금사가 손을 못쓴 것은
    거래기업의 신용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대출했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종금사의 리스크관리는 크게 낙후됐다는 얘기가 된다.

    종금사의 주된 리스크관리 수단인 여신한도제는 정부의 업무운영지침을
    그대로 따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30대그룹 기업의 신용도는 천차만별이지만 종금사는 이들 그룹을
    모두 같은 잣대로 보고 여신한도제를 적용해 왔다.

    여신한도뿐아니라 신용도에 따른 기업간 금리차도 거의 없었다.

    잇딴 기업부도이후 기업간 금리차가 커진 요즘도 대외 신용도에 적신호가
    켜진 일부 기업에 적용하는 금리는 연 17~18%선.

    정상기업과 비교해 2~3%포인트의 갭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이정도 격차로는 기업간 신용도를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는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은행신탁에 무담보 기업어음(CP)을 팔면서 종금사가 이면으로 지급 보증해온
    관행도 종금사의 뒤떨어진 자금운용수준을 보여는 단적인 예이다.

    기업-종금-은행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옵션CP의 규모는 27조~28조원으로
    종금업계 전체 CP할인(86조원)의 30%수준에 달하고 있다.

    기아에만 무담보CP가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순중개라 책임 질 필요가 없어 신용평가 없이 CP를 할인했지만 이면보증의
    족쇄 때문에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종금사가 속으로 골병드는 이면보증을 뿌리뽑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CP 매입의 큰손인 은행신탁의 요청을 뿌리치기 힘든데다 종금사간의 지나친
    외형경쟁 때문이다.

    결국 "신용관리의 실종"이 종금사를 부실여신에 무방비로 노출시킨 것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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