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이어 기아그룹마저 화의를 신청함에 따라 올해 국내은행들의 무더기
적자결산이 불가피해졌다.

화의신청과 동시에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이 종전 요주의에서 고정으로
분류돼 은행대출금의 2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진로 기아 등 화의신청기업에 대한 대손
충당금 추가적립부담이 최소 1조원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의 여신은 요주의로 분류돼 대손충당금 적립부담
비율이 1%에 불과하지만 이들 기업이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
하게 되면 적립비율이 20%로 높아지는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한 (주)대농과 제3자 인수가 추진중인
대농중공업 메트로프로덕트 등도 고정이하 여신으로 전환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이들 기업에 대한 은행권여신은 8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정여신에서 제외되는 신탁대출과 무담보여신을 빼고 계산하는
대손충당금 적립금액은 1조원이상에 이를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상반기에 이미 10개은행이 적자를 낸데 이어 하반기에는 더많은
은행이 적자결산에 시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 전체적으로 4백20억원의 적자를 낸 시중은행의 경우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적자가 3천5백65억원에 달하는 제일은행의 경우 진로 대농 기아그룹
에 대한 관련여신이 9천억원을 넘어서 1천5백억원이상의 추가적자요인이
발생한 상태다.

이미 부도가 난 진로 5개계열사에 2천3백억원의 여신과 법정관리가 신청될
예정인 기산 등 기아그룹에 대해 2천4백60억원의 여신을 갖고 있는 서울은행
도 1천억원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상반기에 각각 7백5억원과 9백85억원의 흑자를 달성한 조흥과 신한은행도
기아그룹에 대규모 여신이 물리면서 흑자폭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조흥과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부담금은 각각 5백억~1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진로의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도 2백억원이상의 수지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감독원 김순배 경영관리과장은 "올해 은행들의 연말결산은 그 어느때
보다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은행에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낮춰달라는
건의가 있으나 실질적으로 경영개선효과가 없는 만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