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는 단지 기아그룹에게만 고통을 준 것은 아니다.

지난 7월15일 부도유예 결정이후 기아는 물론 현대 대우자동차등 동종
업체와 6천여 협력업체에까지 심격한 타격을 입혀 왔다.

완성차 업체들은 기아와 덩달어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자금조달이나 장기
프로젝트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한달째 진성어음이 할인되지 않고 있는 협력업체들은 한계 상황에 이른
모습이다.

<> 기아의 입장 =채권단은 부도유예 이후 줄곧 김선홍회장 등 현 경영진의
사표와 노조동의서 없이는 한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기아는 채권단이 김회장등의 퇴진에 집착하는 것은 기아의 내부
붕괴를 초래해 제3자 매각을 추진하려는 음모라며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또 수요자금융과 수출환어음(D/A) 매입의 중단등에 대해서도 부도유예
협약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있는 것인 만큼 정상적인 금융거래는 터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요자 금융은 차 고객에 대한 대출인 만큼 부도협약과는 무관하며 협력
업체의 진성어음도 할인을 재개하는 것이 부도방지 협약의 취지에 들어
맞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아는 이같은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난 한달간 필사의
자구노력을 전개해 왔다.

지난달 15일 이후 지금까지 모두 9백75억원 어치의 부동산을 매각했으며
인력감축 규모도 3천명을 육박하고 있다.

또 기아정기와 기아중공업의 합병선언을 시발로 현재의 28개 계열사를
5개사로 축소하는 구조조정도 인건비등 비용절감 계획도 차근차근 추진해
가고 있다.

<> 동종업체의 처지 =현대와 대우자동차는 기아사태 이후 해외 딜러와
제휴선으로부터 따가운 의심의 시선을 받고 있다.

기아가 쓰러진다면 이들 업체의 앞날도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다.

이는 곧 이들 업체의 대외 해외신인도 추락을 의미해 해외 자금조달이나
프로젝트 추진에서 이미 애로를 겪고 있다는 호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현대와 대우자동차는 기아 협력업체의 부도를 막기 위해 수백억원대
의 돈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주고 있어 이 또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단은 최근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해 협력업체 살리기에 적극 나서 달라"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문을 낸바
있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