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공포"가 국제곡물시장을 서서히 엄습하고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인근의 해수온도가 갑자기 높아져 주변지역에
폭풍 홍수 가뭄 저온등의 각종재난을 몰고오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지난
83년과 88년에도 옥수수등 국제곡물가격의 폭등을 야기했었다.

국내외 기상정보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엘니뇨 현상의 기미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6월들어 남미 페루와 칠레근해의 바닷물 온도가 이미 3도이상 올라가
연말께부터는 각종 기상이변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상청의 장기예보 담장자인 박정규 서기관은 "해수온도의 상승폭과
지역이 갈수록 커지고있어 지난 82~83년중 대재난을 가져온 것에 버금가는
강력한 엘니뇨가 지구를 강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엘니뇨는 해수온도의 상승폭과 발생지역의 크기에 따라 "강 엘니뇨"
(상승폭 5도이상), "중 엘니뇨"(3~5도), "약 엘니뇨"(2도 안팎)로
분류되는데 이번 엘니뇨는 강 엘니뇨에 가깝다는게 박서기관의 설명이다.

곡물업체들이 엘니뇨를 특히 우려하는 것은 세계최대 곡물수출국인
미국을 비롯해 호주 페루 캐나다등 곡물생산이 많은 지역에 걸쳐
발생한다는 점 때문. 엘니뇨는 초기및 중간단계에서 지구 남반구의 가뭄과
홍수를 유발한다.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호주가 최악의 경우 97~98년중 밀생산이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있다는데서 잘 알 수있다.

호주는 세계 밀교역량의 15%를 차지하는 나라다.

호주의 우려대로라면 국제 밀시장에 파동이 일어날 것은 불문가지다.

엘니뇨는 남반구의 가뭄과 홍수를 유발하는데 이어 말기에는 북반구에
가뭄을 가져온다.

따라서 세계최대 곡물수출국인 미국이 내년에는 곡물파종을 순조롭게
하지못할 공산이 크다고 동양선물은 분석했다.

특히 미국 중서부 콘벨트지역이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LG선물의 한 관계자는 "엘니뇨가 계속 확산되고 그에따라 내년 미국
곡물작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미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
했다"고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따라서 "오는 8월에는 국제옥수수가격이 3.1~3.2달러로 지금(부셸당
2.5달러선)보다 30%가량 올라가고 내년초 가뭄이 실제로 발생하면 옥수수
콩 밀등 주요 곡물시세는 올해에 비해 70~80% 폭등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옥수수 같은 곡물은 약엘니뇨가 발생했던 지난 92~93년중에도 부셸당
1.5달러대에서 2.7달러로 올랐었다.

중엘니뇨와 강엘니뇨가 나타났던 87~88년과 82~83년에는 각각 2.5달러선
에서 4달러로 오르는 폭등세를 나타냈었다.

이 세차례의 엘니뇨기간중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은 각각 30%이상
감소했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