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각한 경제난을 근거로 북한의 조기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과 연세대통일연구원이 27일 통일에 따른 주요 경제정책
과제를 두고 학술회의를 가졌다.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북한경제의 사유화(윤건영 연세대교수) =남한 주도의 급진적인 경제
통합을 이룬다는 것은 북한에도 시장경제체제를 도입, 시장거래의 전제가
되는 사유재산권제도 확립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산업을 사유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독일에서 사용된 원소유자에로의 반환 혹은 보상이 있을수 있으나
북한의 경우 이같은 실물반환은 북한경제의 회생을 지연시킬수 있다.

동유럽과 독립국가연합(구 소련)에서 활용된 바우처(voucher)에 의한
대량사유화방식이 적합하다.

바우처란 연령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람들이 국유자산의 취득에 사용할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 북한지역의 농업구조 개혁(박정동 KDI연구위원) =통일에 따른 농업분야
의 과제는 생산및 생활공동체로서 역할을 해온 북한의 농촌공간을 어떻게
시장경제화시키느냐는 것이다.

협동농장및 국영농장의 사유화가 가장 중요하다.

사유화방법은 원소유자에게 반환 또는 보상, 현 경작인에게 소유권 부여
등이 있으나 통일비용 절감및 북한주민의 생활보장차원에서 실제 경작자에게
주는 것이 문제가 가장 적다.

농경지의 피분배자는 협동농장및 국영농장원으로서 직접 농사에 종사하는
농민을 대상으로 세대당 1ha 무상분배를 원칙으로 한다.

<> 통화정책과 통화신용정책의 과제(하성근 연세대교수) =급진적 통일은
남북한간의 통화통합을 수반한다.

통화통합은 북한통화의 남한통화로의 전환이며 동시에 남한의 통화당국이
북한 통화지역에 대한 통화발행및 관리,다른 금융정책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통합은 거시경제 안정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통화통합을 위해 남북한간 생산능력비율을 구한뒤 이에 따라 남한통화를
북한지역에 공급할 규모를 정한다.

남한통화 필요량을 북한원화의 현 통화량으로 나눈 비율을 남북한 통화
비율로 삼는다.

이러한 방식에 의하면 남한의 원과 북한의 원의 교환비율은 2백50대 1이
된다.

통화통합후에도 북한의 금융기관은 중앙은행제도를 제외한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하게 하며 향후 상업금융기관으로 유도해야 한다.

<> 북한 금융제도의 구조개혁(전홍택 KDI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외환업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금융기능이 조선중앙은행에 의해 수행되는 일원적 은행
제도를 갖고 있다.

조선중앙은행외에 금융기관으로는 무역은행등 4개 외환전문은행, 외환관련
업무만 취급하는 조선합영은행등 6개 외국합작은행, 우편저금,
협동농장신용부, 조선국제보험회사가 있을 뿐이다.

통일후 일원적 은행제도를 남한의 이원적 은행제도로 개편하며 은행의
대출채권과 국영기업의 부채를 상계,은행과 기업을 공산체제로부터 물려받은
구채권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남한 금융기관의 북한은행 인수 합작 또는 단독 진출을 장려하고 남한
금융기관의 인력및 기술지원을 촉진해야 한다.

북한경제의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 개발금융전담기관과 중소기업금융전담기관
을 설립해야 한다.

<> 북한주민의 인구이동문제와 고용및 생활보장대책(구성열 연세대교수) =
남북한의 생활수준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급진적인 통일은
북한주민의 남한 이주를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임금및 생활비의 남북한 격차가 현재 상태일때 1백39만8천명의 인구가
이동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남한의 부족인력 67만4천8백명의 2배가 넘는다.

이 경우 월남한 북한주민의 임금을 남한의 3분의 1 수준을 지급하고 생활
보조금으로 10만원을 주는 방안이 가장 타당하다.

이때 북한주민의 남한이동비율은 8%가 된다.

통일후 시장기능에 따라 북한지역의 임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

초기 임금은 최소한 북한주민의 평균생산성이상은 되어야 한다.

통일후 북한의 산업구조는 농업에서 비농업부문으로, 중공업에서 경공업
부문으로 개편되어야 하고 서비스부문은 직접생산과 연관성이 높은 곳부터
육성되어야 한다.

<> 북한인력 정비방안(박진 KDI연구위원) =통일이 될 경우 북한주민들은
현재의 일자리를 잃게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부문에서 북한의 정무원의 상위 직급,예를 들면 국장급이상은 남한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각부서내 참모조직은 북한의 행정인력을 유지시키는 형식의 인력
배치가 무난하다.

지방행정의 경우 대부분의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법인력은 재임용할 여지가 없으며 고급장교도 대부분 전역해야 한다.

북한의 8대 공업지구중 청진무산공업지구와 평양남포지구로의 인력재배치가
중요하다.

<> 통일에 따른 경제적 편익(조동호 KDI연구위원) =경제적 편익으로 분단
유지비용의 해소(방위비 외교비 절감)를 들수 있다.

또 시장 확대에 의한 규모의 경제 실현,남북한 생산요소및 산업구조의
유기적 결합,국토이용및 환경보전의 효율성 증대도 기대된다.

비경제적 편익으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 북한주민의 인권신장, 국제적
위상 제고, 전쟁위험의 해소, 관광여가기회 확대 등을 들수 있다.

통일이 96년에 이루어진 것을 가정하고 2020년까지 통일편익을 추정한 결과
첫해는 2조5천6백억원, 2020년은 16조4천7백억원으로 나타났다.

오는 2005년까지 10년간 발생한 통일편익은 기존 연구상 통일비용의 17.8~
27.5%에 해당된다.

2020년까지의 이규모는 통일비용의 54.9~84.8%로 높아진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