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회오리바람이 우리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경기침체에다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업체의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오랜
고도성장기간중 외형팽창 위주의 경영이 체질화된 많은 기업들이 호된
시련을 겪게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침체와 시장개방의 영향이 두드러진 건설업과
유통업에서 가장 심각하다.

하지만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의 과잉설비문제가 부각되면서
구조조정의 불똥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당장 자동차산업이 구조조정 논쟁에 휩싸이면서 기아그룹이 구제금융을
받아야할 처지가 됐다.

구조조정은 실물경제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자 금융권은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홍역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업무영역제한철폐, 금융감독체계개편 등으로 뒤숭숭한데 언제
또 부도사태가 터질지 모르는 실정이다.

기업도산과 부실채권누적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일단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불특정다수의
기업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된다.

이같은 악순환을 막자면 금융기관들은 최대한 부실채권발생을 예방하는
동시에 일단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시장원리에 따라 신속하게 정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왕에 발생한 부실채권을 어떻게 신속하게 정리하느냐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얼어붙은 은행창구가 풀려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부실기업에 묶여 있는 자금이 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보사태 이후 정부는 될수록 이 문제에 개입하려 하지 않고
있으며 관치금융에 길들여진 금융권은 정부의 눈치를 보며 세월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말로는 시장자율에 따른다고 하지만 나쁘게 보면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해결이 안되고 금융시장 경색도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우선 우성그룹이 쓰러진지 1년이 넘도록 제3자 인수문제가
타결되지 않고 있으며, 건영 삼미 등은 인수대상마저 선정하지 못했다.

부도유예협약에 따라 부도처리가 연기된 진로와 대농은 경영권포기문제로
진통을 겪었거나 겪고 있으며 한보철강은 아직 인수자가 나서지 않은 상태다.

이제 금융기관들은 더이상 정부눈치를 보지 말고 신속하고 투명하게
사후처리를 해야 한다.

이미 부도가 발생한 셈인데 경영권포기불가 운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인수조건에 합의한뒤 새로운 조건을 자꾸 추가하는 것도 있을수 없는
일이다.

일괄인수가 어려우면 분할매각이라도 추진하고 경영권문제도 단호하게
대응해 특혜시비를 예방하고 능동적으로 사후처리를 서둘러야 하겠다.

한보철강도 코렉스공법의 경제성을 신중하게 분석한뒤 채산성이 없다면
과감하게 완공포기를 선택해야 한다.

구조조정문제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해결하되 무책임한
방관은 허용돼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