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업계는 이번 정부의 금융개혁방안에서 가장 소외된 축에 속한다.

업무영역 확대와 자율화를 내세워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예고했지만
투신업계엔 별다른 메리트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굳이 꼽으라면 은행과 함께 손비가 인정되는 종업원퇴직적립금신탁을
99년부터 허용해주겠다는 대목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보험업계에선 종퇴보험에 가입하는
법인들엔 손비로 인정해주고 있다"며 "보험에 준하는 세제혜택을 주는
종퇴신탁이 당장도 아닌 99년에 허용된다한들 이미 시장을 선점당한 상태
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방안에 앞서 투신업계에 허용된 초단기형 공사채(SMMF)만 하더라도
은행권과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올 하반기중 은행권에 SMMF와 유사한 화폐시장 예금계정(MMDA) 상품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종퇴신탁은 종퇴보험에 뒤처지고 초단기형 새상품은 은행권과 겨루어야
하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은행권이 신탁계정과 경쟁하느라 버거운 상황에서 사사건건 다른
금융기관과 첨예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이다.

특히 은행신탁의 경우 "대출"이 가능하다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 투신권의
경쟁력은 한수 아래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증권사에 던져진 수수료 자율화 방침이 조만간 투신업계로 파급될
전망이어서 투신사들의 발걸음을 더욱 옥죄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금융개혁위원회의 개혁방안에 포함됐던 투신사의 신탁보수
및 환매수수료의 자율화를 올 하반기중 실시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실 신탁보수와 환매수수료는 투신사들의 주수익원이다.

이들 수수료가 자율화되면 수입이 줄어들게 되는 반면 이를 보전할만한
마땅한 신규 수익원이 없다는 것이 투신업계의 고민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위탁수수료 자율화와 함께 회사채 발행과 기업어음
(CP) 취급 등의 신규업무를 허용했듯이 투신사에도 상응하는 새 업무나
고유의 신상품이 허용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